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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4>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4>
  • 서휘산
  • 승인 2013.07.08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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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4)
 이방언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김호동을 돌아보았다.

 “예. 작두파지예.”

 “뭐!”

 이방언이 놀란 얼굴로 신재우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작두파?”

 그러나 신재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방언의 시선을 받았다.

 “우리 작두파를 아요?”

 “짜식아. 작두파를 모르는 마산 사람도 있냐?”

 되물은 김호동이 다시 물었다.

 “근디 요새 느거 작두파 행동이 뜸허더라.”

 “그럴 일이 좀 있어.”

 “무슨 일?”

 “아따 아새끼 거 되게 물어쌌네.”

 신재우의 쳐든 입술 사이로 꽉 물린 이빨이 보였다. 대화의 중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방언이 조였다.

 “작두파 보스는 누구요?”

 “아 작두파는 작두, 양은이파는 양은이 아니요.”

 “아니 그 윗 선 말이요.”

 “……….”

 신재우가 망설이자 김호동이 재촉했다.

 “말해봐 짜샤.”

 “그걸 어떻게 발설허냐 새꺄.”

 신재우가 김호동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 사이 이방언은 술을 들이키고 빈 잔을 신재우에게 내밀었다.

 “좀 알아야 헐 것이 있어서 안그러요.”

 “무슨…….”

 신재우가 잔을 받아들었다. 그 눈엔 뭔가 호기심이 역력했다. 그는 안민고개 습격 때 마지막으로 남아 전봉준에게 번쩍 들려 던져졌던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섬뜩함과 동시에 전봉준에 대한 외경심이 함께 몰려온다. 아마도 이방언은 그 사건의 전모를 알고 싶어할 것이다. 이윽고 술을 벌컥 들이킨 신재우가 지나가듯 말했다.

 “영감쟁이가 요새 뭔 가시나헌테 푹 빠져 있다고 작두 성님이 투덜대긴 헙디다.”

 “가시나!?”

 이방언이 눈을 번쩍 들었다.

 “뭐 그렇다고 헙디다.”

 “그라고 영감쟁이란 누구다요?”

 그러자 신재우의 눈이 사나워졌다.

 “누구 잡을라고 이렇게 물어쌌수?”

 기세에 눌린 이방언이 고개를 돌려 술을 한잔 목으로 부었다. 그리고 한탄스럽게 내뱉었다.

 “우리 성님이 지금 반 빙신이 안돼부렀소.”

 그 말에 신재우가 촉각을 세웠다.

 “전봉준 성님 말이요?”

 “말허먼 뭐허겄소.”

 이방언이 한숨을 내뱉자 신재우는 이방언의 옆구리로 다가앉았다.

 “근디 저 성님은 어쩌다 그 사건에 끼여들었다요?”

 “나가 얘기허먼 이형도 얘기헐라요?”

 이방언이 눈을 잔뜩 들이대고 신재우를 바라보았다. 그 눈을 받아주고 있던 신재우가 이윽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머리를 위아래로 덜렁거리더니 비실 웃었다.

 “뭐 그렇게 헙시다.”

 백지한은 무궁사에서 반달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여전히 수련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이 거제 무지개 마을에도 가봤지만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영봉도 초조한 모습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저녁 예불을 마치고 절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안 오는 거야. 어디로 숨었어.”

 영봉이 씁쓰레한 말을 하며 백지한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하지?”

 백지한의 눈 밑엔 근심이 태산이었다.

 “돌아올 아이 같으면 여태 안 올 리가 없잖는가?”

 “……….”

 백지한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요사이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엷은 피로가 전신을 덮치고 있었다. 일주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찾아봐야겠지?”

 “이 넓은 천지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잖나?”

 백지한의 말은 애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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