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28 (토)
국회의원, 그는 누군가
국회의원, 그는 누군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7.07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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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사분오열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정책, 계급, 지역, 이념 등으로 갈라져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극단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중도(中道)의 역할은 간절해진다. 관념으로서 중도는 중간ㆍ평균을 떠올리지만, 시대정신으로서의 중도는 공정ㆍ중용ㆍ형평을 추구, 현실사회의 문제를 바르게 짚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공정이고 중용이다. 하지만 갈등을 통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도리어 이를 부채질한다. 정파이익에 우선, 본질보다는 지엽적 문제를 갖고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정치인의 행동을 두고 단막극의 쇼란 지적이다. 마치 전쟁터같이 치고받고 죽일 것인 냥 하다가도 사태 종료 후 악수하며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그 권한으로 행해지는 게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이다. 국회에서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는 건 면책특권을 이용한 결과물이다. 또 불체포특권은 죄를 짓더라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비리의혹을 받는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가 일상화된 건 불체포특권을 악용 한 결과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특권이다. 이보다 더 큰 특권은 행정부에 대한 무한 견제권한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다. 청문회장에서는 총리, 장관 등의 후보는 말 그대로 고양이 앞의 쥐다. 또 국정감사 및 조사는 어떤가. 수감기관에 대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수감기관의 장 및 그 직원들에게는 말할 기회마저 빼앗는다. 해명이 아니라 편향된 질문에 대한 사실관계 설명도 묵살한 채 마치 피의자인양 다그친다.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현장조사 때의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 변하지 않고 옛 국정감사장 그대로 재현된듯했다.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는 정치적 꼼수는 의도된 질문으로 원하는 답변을 받아내려는 말장난이 그렇다. 경남도의 부채가 심각하다죠, 산하기관 중 부채가 심각한 곳은 어딥니까(K 의원). 산하기관은 경남개발공사입니다(윤환홍 부지사). 경남개발공사 부채는 7천억 원쯤 되지요, 진주의료원 부채는 얼마입니까(민주당 의원K). 폐업당시는 279억 원이며 지금은 340억 원입니다(윤 부지사). 부채가 큰 경남개발공사는 확대 개편하고 부채규모가 적은 진주의료원은 폐업하고(K의원)……. 이것으로 끝이다.

 부채의 성격이 다르다는 윤환홍 부지사의 목소리는 아랑곳 없었다. 또 다른 K의원은 더욱 놀랍다. 국정조사 특위 국회의원 발언록에 따르면 두 차례나 폐업을 숨겼고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 판단했겠지만 윽박지르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경남도는 지금까지 진주의료원 폐업은 4월 12일 소집된 이사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혀왔지만 4일 국정조사에서 3월 11일 서면 이사회에서 휴업과 폐업을 동시에 의결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두고 경상남도는 행정기관입니까? 사기꾼 집단입니까?, 홍준표 지사는 도지사 입니까? 사기꾼의 괴수 입니까?, 국민들을 어떻게 이렇게 속일 수 있습니까? 윤한홍 행정부지사가 사인했네. 1개월 유보한다더니 사기 쳐!, 당신들 사기꾼들이야. 그렇지 않습니다(윤한홍 행정부지사). 닥쳐! 닥쳐! 이 새끼야……. 폐업과 휴업의 이사회 결정은 행정절차란 윤 부지사의 목소리는 또 한 번 뒷전으로 밀렸다.

 경남도는 2월 26일 폐업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행정행위는 보건소에 신고를 해야 폐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3월, 또는 4월 이사회에서 의결을 했든 논란거리가 아니란 것이다. 물론, 도의 주장에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해도 그렇다.

 아무튼,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한 국정조사 특위활동이 공공의료에 대한 제도개선 및 보완대책 등이 시급함에도 정파이익에 우선한 흑백논리로도 비쳐져 안타깝다.“괴수, 사기꾼 집단, 닥쳐 이 새끼야.” 막장드라마도 이럴 수는 없다. ‘공공의 적’이라도 삼가야 할 말을 쏟아낸 그는 시중잡배가 아닌 국회의원이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곧 중용은 성인현자들이 누차 권면한 ‘진리’다. 공자가 “군자는 중용을 행하고, 소인은 중용을 반대한다(君子中庸 小人反中庸)”는 말은 울림이 크다. 예기(禮記)’는 “그 양쪽 극단을 잡아, 중용의 도를 택해 백성을 위해 이롭게 쓴다(執其兩端 用其中於民)”고 했다. 국회의원의 가슴에는 금배지만 있고 경남도민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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