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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2>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2>
  • 서휘산
  • 승인 2013.07.0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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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2)
 그러면 백지한의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이 떠올랐다.

 ‘누가 너더러 그런 짓을 하랬니?’

 ‘하지만 그런 자를 더 이상 이 사회에서 버젓이 활동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예.’

 ‘그럼 나한테 미리 상의를 했어야지?’

 ‘말릴게 뻔하잖아예.’

 ‘그래도!’

 백지한이 사납게 소리쳤다. 그쯤에서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밤톨 떨어지듯 내리는 것이었다.

 ‘내가 그 놈을 죽일 테니 넌 돌아와.’

 ‘안돼요. 아저씬 너무 우유부단해서 복술 할 수 없어예.’

 ‘……….’

 ‘아저씨가 할 수 없으니 제가 하는 겁니더.’

 ‘그렇지만 그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 지나 알고 그러는 거니?’

 ‘다 알아요. 하지만 아저씬 제게 전붑니더. 아저씨의 고통을 안 이상 제가 가만있을 순 없어예.’

 ‘안돼!’

 ‘아니예. 이해해 주시소.’

 ‘……….’

 이런 마음 속 대화를 수련은 시간만 나면 나누었다. 그러면서 나팔호에 대한 복수심을 차갑게 키워갔다.

 수련의 소식은 곧 가벼운 날개를 달고 바닷바람에 실려 상류층으로 암암리에 번져갔다. 수련을 찾는 사람들이 따라 들이닥치자 주인 여자는 그녀의 전용 기방을 마련해 줄 정도였다.

 나흘이 지났을 때 드디어 나팔호가 찾아들었다.

 ‘영웅은 색을 쫓는 법.’

 영웅이 되고 싶은 나팔호는 해향에 탄력 넘치는 젊은 아가씨가 왔다는 소식에 업무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던 것이다. 나팔호가 왔다는 기별에 주인 여자가 뛰듯 달려나갔다.

 “어서 오세요. 청장님.”

 “그래 잘 있었나?”

 “보시다시피 이렇게요. 다 청장님 덕분이에요. 어서 들어가세요.”

 여자의 호들갑에 나팔호는 벌써 더운 숨을 뿜었다.

 “이 집에 새로 온 아이가 있다던데…….”

 “아 해련이 말이구나.”

 여자가 활짝 웃었다. 해련은 수련의 기명이였다.

 “그 아이를 보고 싶어.”

 “알았어요. 청장님은 꼭 영계만 찾으신다니까.”

 여자가 눈을 흘겼다.

 “어허. 이 사람.”

 술상이 차려졌고, 주인여자가 교태를 목소리에 섞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해련을 데리고 올테니까.”

 “그려.”

 나팔호의 혀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러나 그는 근엄하게 자세를 고쳐 잡았다.

 3분쯤 지나 주인여자는 한 처녀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팔호의 입이 확 벌어졌다. 처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맨 얼굴의 처녀는 그야말로 청순했던 것이다.

 “이 애가 바로 해련입니다.”

 여자가 한 손을 받치고 공손히 소개를 시키자 수련은 그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독특하고도 신선한 미소였다.

 “……!”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나팔호를 향해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해련이라고 합니더.”

 나팔호의 얼굴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보기 드문 아름다움을 갖춘 처녀를 앞에 두자 나팔호의 몸이 더운 기운으로 확확 달아올랐다.

 “아이 청장님도, 한 말씀 하셔야죠.”

 여자의 간지러운 말에 나팔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 그래. 이리와 아, 앉지.”

 그의 말이 떨리고 있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더.”

 아름다운 미녀가 존경의 미소까지 띄우며 곁에 앉자 나팔호는 넙죽 웃었다.

 “그래? 허허허.”

 “전 이제 나가봐도 되겠지요? 청장님.”

 주인여자가 흡족하게 그를 바라보았고, 몸이 단 나팔호가 얼른 턱을 들었다.

 “그래, 어서 나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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