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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9>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9>
  • 서휘산
  • 승인 2013.07.0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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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45)
 “어! 동생…….”

 그의 안색은 벌써 해쓱하니 핏기가 가시고 있었다.

 털썩, 백지한이 소파에 앉자 얼어있던 나팔호가 엉거주춤 다가왔다. 그리고 백지한의 맞은편에 앉으며 애써 태연해하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

 백지한은 대답 없이 쓴 웃음을 지었다.

 “어쩐 일이냐?”

 계속되는 나팔호의 능청에 백지한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나팔호! 나를 똑바로 봐라.”

 나팔호의 얼굴이 벌개졌다.

 “너 이자식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근래 들어 처음 들어보는 반말이다. 청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누구에게도 이런 막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도, 심지어는 그의 노모도 그에게 반말은 하지 않는다. 불안과 모욕감으로 가득한 그 얼굴에 대고 백지한이 냉정하게 되물었다.

 “왜라니? 그 이유를 모르고 있나?”

 “……….”

 “넌 소위 민중의 지팡이란 자가 파렴치한 짓은 다하고 있어. 내가 감방에 있는 걸 이용해 남주를 유혹했고 결국 남주는…….”

 나팔호가 서둘러 말을 끊었다.

 “야 그것은 오해다.”

 “오해?”

 와락 눈을 치켜 뜬 백지한이 나팔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나하고 향설이 엄마는.”

 “닥쳐!”

 벌떡 이러난 백지한이 나팔호의 말을 가로챘다. 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야비한 새끼. 니까짓 게 뭔데 이남주를 죽게 했냔 말이다!”

 “향설이 엄마를 만난 건 단지 네 대신 도와줄려고 했던 것 뿐이야.”

 “이젠 이 자식이 별소리를 다하는구만.”

 “……….”

 “비열한 놈.”

 백지한은 다시 입술을 물고 나팔호를 건너다보았다.

 “우리 애들 실종도 틀림없이 네놈하고 관련이 있어. 그렇지?”

 “이 자식이…….”

 벌갰던 나팔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또 시치밀 떼고 싶은 모양이군. 불쌍한 놈.”

 “……….”

 “난 아내와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니가 진정으로 뉘우치고 더 이상 공직생활을 포기한다면 널 용서할 수도 있다.”

 “……!”

 “똑똑히 들어. 이 자식아.”

 다분히 고압적인 백지한의 목소리에 나팔호가 숨을 죽였다.

 “옷을 벗어라.”

 “내가 왜?”

 “닥쳐 새꺄!”

 백지한이 버럭 고함을 치자 눈을 치켜 떴던 나팔호가 다시 주춤했다.

 “처음엔 널 죽여서 내 한을 모두 풀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다른 한을 안을 뿐이라 내 널 용서하려 했었다. 그런데 넌 또.”

 “그건 오해라고 하잖아!”

 나팔호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백지한은 냉정했다.

 “한 달간 시간을 주겠다. 그 때까지 사표처리가 안됐다면 넌 내손에 죽는다.”

 “흥! 그럼 나는 가만있을 줄 아나. 이 자식아.”

 “뭐? 결국 넌 완전한 파멸을 원하는군 그래. 좋아, 네 그 잘난 권력과 돈, 그리고 똘마니를 동원해서 어디 다시 한번 해봐라. 내 호락호락 당하는지.”

 “미친 놈!”

 나팔호가 이빨사이로 내뱉었고, 백지한은 이를 악물었다.

 “이 자식아, 잘 들어. 난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이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어. 알어? 이 새꺄!”

 백지한은 거칠게 일어났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내 경고를 헛되게 들었다간 넌 꼭, 내 손으로 죽을 거다.”

 그러나 나팔호는 입술을 비틀며 비웃었다.

 “병신 새끼.”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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