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11 (토)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7>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7>
  • 서휘산
  • 승인 2013.06.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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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43)
 “……!”

 전봉준과 이방언이 얼어붙었고 오행자가 전봉준을 밀치고 수련의 뒤를 쫓았다.

 “수련화 보살!”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전봉준과 이방언도 뒤를 쫓았으나 도심의 어둠 속으로 빨려간 수련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호기심과 의혹으로 가득 찬 낯선 대중들의 시선만 마주칠 뿐.

 전봉준의 허탈과 상심은 컸다. 겨우겨우 만난 해후가 이렇게 끝나고 말다니…….

 병원주위를 한참 돌다가 전봉준이 낙담천만한 얼굴로 계단바닥에 풀썩 주저앉자 이방언이 쪼그려 앉으며 달랬다.

 “인자 있는 곳을 알았응께 걱정허지 마시오. 쪼가 있으면 나타나겄지라.”

 “……….”

 “갑시다. 성님.”

 “어디로?”

 “오늘은 인자 하루 푹 쉬고 니열 와 봅시다.”

 “아니여.”

 전봉준이 고개를 가로젓고 일어섰다.

 “……?”

 “따라와.”

 전봉준이 앞장서 병실로 다가가자 지키고 있던 윤행자가 긴장한 눈으로 목검을 치켜들었다.

 “무슨 일이요?”

 말을 꺼낸 건 이방언이었다.

 “쪼까 여쭤볼 말이 있어서…….”

 “무슨 말?”

 윤행자가 사납게 눈을 치켜 떠 전봉준은 두 눈을 공손히 마주잡아 허리를 숙였다.

 “우린 수련 씨의 학교 선뱁니다.”

 “학교 선배?”

 윤행자가 되묻는 사이 백지한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거구의 두 사내를 바라보더니 우뚝 섰다. 당황한 모습이었다. 전봉준과 이방언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따라 움직이던 백지한의 시선이 전봉준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그래 무슨 일이요?”

 윤행자가 대신 나섰다.

 “수련화보살 학교선배랍니더.”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백지한이 병실로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들어들 오게.”

 따라 들어온 이방언과 전봉준에게 의자를 앉기를 권하며 백지한은 침대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 수련이의 대학 선배라고?”

 “예. 그리고 저흰 씨름부입니다.”

 “오……!”

 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방언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 성님은 장사급이고 저는 역사급이지라.”

 “장사급…, 역사급?”

 백지한이 붇자 전봉준이 대답했다.

 “예. 프로에서는 백두급과 한라급이라 합니다.”

 “그려? 그런데 무슨 일로? 씨름선수들이.”

 “실은 저희 성님이 수련씨를 사랑허요.”

 “그래에?”

 백지한이 빙긋 웃고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치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던 전봉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열정이 가득했다.

 “그날 밤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

 백지한이 눈을 둥그렇게 떠 전봉준을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안민고개 싸움 말입니다.”

 “그럼 자네가?”

 백지한은 전봉준을 다시 한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칼을 맞고 죽음직전으로 몰리고 있는데 웬 사내가 나타났었는데 그가 바로 수련을 사랑하고 있는 사내였다니…….

 백지한이 침묵을 깼다.

 “고마웠네.”

 “별말씀입니다.”

 “걱정을 많이 했겠군?”

 “그양 석달 내내 찾아다녔어라.”

 대답은 이방언이 대신했고 전봉준이 궁금한 걸 물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순 없는지요?”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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