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47 (토)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5>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5>
  • 서휘산
  • 승인 2013.06.25 2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41)
 차를 한 모금 소리 없이 넘긴 백지한이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와예? 아저씨.”

 아이의 얼굴에 활짝 웃음이 피어났다.

 “……….”

 콧날이 시큰한 백지한이 말없이 웃었다.

 “아저씨도 병원 생활이 즐겁지예?”

 “왜? 내가 즐겁지 않은 것 같니?”

 “아니예.”

 아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나도 기쁘구나.”

 백지한은 다감한 눈길을 아이에게 보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이 생생하게 불붙는 행복으로 타올랐다. 그녀는 황홀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아저씨.”

 “왜?”

 “드릴 말씀이 있습니더.”

 “뭔데?”

 “많아예.”

 “……….”

 백지한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이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의 시선을 차마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얘기해 봐.”

무궁사를 내려온 전봉준과 이방언이 마산에 도착했을 때에는 저물어 가는 노을이 작은 꼬리를 바닷속으로 내리며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그들은 꽃집에 들러 장미꽃을 사들고 창원병원으로 직행했다.

 전봉준은 초조했다. 수련을 찾아 헤맨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달에 있었던 아마ㆍ프로 통합장사전에도 출전을 못했고 졸업식에도 빠졌다. 그를 영입하려는 프로씨름단들은 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었지만 그는 끝내 나서지 않았다. 오로지 수련만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전봉준과 이방언을 태운 택시가 창원 외동에 있는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정문을 막 들어서며 전봉준이 얼굴을 돌려 이방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맙다. 장태장군.”

 “참 성님도…….”

 “인자 너는 씨름판으로 돌아가라.”

 “그랑께.”

 이방언이 불퉁한 입으로 쳐다보았다.

 “인자 천사를 찾았응깨 나를 버리겄다 그 말이어라?”

 “나야 인자 졸업을 했응께 상관없지만 너는 아직도…….”

 “아따 졸업장이 거 무슨 소용이다요? 학교에서 안받아주면 프로로 바로 뛰어들면 되는디.”

 “그래도…….”

 “어쨌든 그 일은 천사나 만나보고 생각헙시다.”

 “짜식…….”

 이방언의 의리가 고마워 코가 시큰 운 전봉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뗐다.

 원무과에서 입원실을 확인한 결과 병실은 3층에 있었다. 마음이 급한 전봉준과 이방언은 엘리베이터를 버리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병실로 급히 다가가던 전봉준과 이방언의 눈 속으로 드디어 머리를 깎은 스님 두 명이 들어왔고 동시에 전봉준은 무릎을 쳤다.

 ‘왜 그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지난번에도 한번 왔다가 그냥 간 곳이다. 스님들이 지키고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었지만 수련과 스님을 연결시켜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전봉준이 이방언을 돌아보았다.

 “저그가 맞겄제?”

수련이 고개를 들어 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항상 초라하고 못난 절 이렇게 챙겨주시는 아저씨가 전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더.”

 “……!”

 아이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숙인 상태로 말을 이었다.

 “아저씰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어예.”

 “……….”

 백지한의 콧날이 울었다.

 “그러다가 왠지 제게서 아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울컥 울음이 솟구예.”

 아이는 어느새 울먹이고 있었다.

 “어쨌든 아저씨로 해서 전 사는 게 즐거워요.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예.”

 그녀의 숙인 얼굴 아래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백지한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아이를 난감하게 바라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