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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3>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3>
  • 서휘산
  • 승인 2013.06.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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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39)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그려…….”

 다시 고개를 끄덕이던 영봉이 지긋이 눈을 감았다. 장하고도 슬프게 전개될 전봉준의 미래…….

 그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영봉이 눈을 떴다.

 “자넨 우리 수련일 어떻게 생각하나?”

 “여인이기에 앞서 하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침이 없는 전봉준의 대답이었다.

 “人乃天(인내천)이라?”

 “그렇습니다. 스님.”

 “오호…….”

 감탄과 함께 영봉은 전봉준이야말로 수련을 사랑할 수 있는 적격의 사내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빠진 한 사내의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그러나! 혈기 넘치는 전도양양한 젊은이의 불행을 어찌 보고만 있을 것인가.

 영봉이 침묵을 깼다.

 “우리 수련화는 임자가 있네.”

 “예!?”

 “……!”

 전봉준과 이방언의 눈이 동시에 번쩍 들렸다.

 임자라니…….

 전봉준이 확인하듯 물었다.

 “지난번 안민고개 사건 때 당한 그 분입니까?”

 “그 현장을 봤단 말인가?”

 “예.”

 “오……!”

 영봉이 전봉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죽음직전에 웬 사내가 나타나 도와줬다더니 바로 이 전봉준일 줄이야. 영봉이 굵게 머리를 끄덕였다.

 “맞네.”

 “그 분이 살아났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자네 덕이었지. 내가 대신 고마움을 전하네.”

 “아닙니다. 스님.”

 “정말 고마웠네.”

 “그들은 어떤 사입니까?”

 확인하는 전봉준의 얼굴이 어두웠다.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비익조와도 같은 숙명!”

 “비익조라니요? 스님.”

 “짝짓기를 하지 않고는 날아오를 수 없는 새.”

 “……!”

 “……!”

 “그러니 잊게.”

 영봉의 음성이 단호했으나 전봉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수 없습니다.”

 “없다면?”

 영봉이 이맛살을 살풋 찡그렸다.

 “수련 씨를 직접 만나 확인해야겠습니다.”

 “어허.”

 영봉이 전봉준을 노려보았다. 전봉준이 무릎을 꿇었다.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

 영봉은 침묵했다. 그 영봉을 바라보는 전봉준의 눈이 어떤 소망으로 지글지글 타고 있었다. 영봉의 침묵이 길어지자 이방언이 침을 꿀꺽 삼켜 정적을 깼고 이윽고 영봉이 입을 열었다.

 “자넨 이 세상에서 행복이란 게 뭐라고 보나?”

 “행복 말입니까?”

 전봉준이 확인했고 영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행복.”

 전봉준이 자신의 말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전에는 천하장사가 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수련씰 사랑하고 또 수련 씨로부터 사랑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행복 때문에 자네가 죽을 수도 있다면?”

 “그 죽음보다 달콤한 죽음은 없다고 봅니다.”

 “……….”

 “그러니 가르쳐 주십시오.”

 “……….”

 영봉이 침묵하는 것은 전봉준의 암울한 좌절과 절망을 앞당기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수련과 백지한의 질긴 숙명 속으로 누가 끼여 들 수 있겠는가. 또한 수련을 사랑하는 전봉준의 이 뜨거운 열정을 어찌 가라앉힐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운명과 인연은 무서운 것.’

 영봉이 낮게 혀를 차며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전봉준도 영봉의 어둡고 착잡한 눈을 마주보았다.

 “꼭 만나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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