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04 (토)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2>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2>
  • 서휘산
  • 승인 2013.06.21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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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38)
  그는 문득 뇌까리고 탕을 나와 옷을 입었다. 그리고 냉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온 몸이 상쾌했다. 방을 나서자 산사의 정취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따뜻했다. 계단 사이사이 솟아나는 야생의 푸른 인동초들을 정겹게 바라보며 영봉은 곧 요사채에 도착했다.

 “행자 안에 있느냐?”

 “예. 스님.”

 젊은 행자가 그의 방에서 부리나케 튀어나왔다.

 “손님은 돌아가셨느냐?”

 “아닙니다요. 새벽 내내 기도하고 지금은 대중들과 예불 중입니다요.”

 “호오! 그래?”

 영봉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돋았다. 예의도 있고 불심도 있는 운동선수인 것 같아 내심 그는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예불 마치면 서재로 모셔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요.”

 # 서재에 들어온 영봉은 찻물을 올리고 모처럼 신문을 펼쳐들었다. 신문은 온통, 나라가 쑥밭이 되어가고 있는 내용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음-.’

 영봉의 목에서 깊은숨이 터졌다.

 ‘모두가 인과응보지.’

 지도자는 국가철학, 종교철학이 일천했고 부화뇌동한 국민들은 사치와 방당을 일삼았다. 그 업보를 받고있는 것이다. 잠시 후 목탁소리도, 염불음도 끊겼다. 예불이 모두 끝난 것이다. 행자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스님, 손님 뫼셨습니다요.”

 “모시거라.”

 영봉은 신문을 접고 일어섰다.

 행자를 따라 들어서 영봉과 눈이 마주친 전봉준이 반갑게 입을 벌렸다.

 “……!”

 씨름장 관중석에서 수련과 함께 즐거워하던 바로 그 거룩한 스님이었다. 영봉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거 전봉준 선수 아닌가?”

 “아니!”

 자신을 알아보자 감격한 전봉준이 눈을 크게 떴다.

 “절 아십니까? 스님.”

 “아. 알다마다. 난 자네 팬일세.”

 “감사합니다.”

 전봉준이 존경의 빛을 보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봉준의 대답을 행자가 대신했다.

 “수련화보살 때문에 왔답니다.”

 “수련화?”

 영봉이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스님.”

 그러자 영봉은 잊었던 것을 생각해낸 듯 얼굴을 폈다.

 “아참 우리 수련화와 같은 학교에 다니지?”

 “예. 스님.”

 이방언이 얼른 대답하자 영봉이 행자를 보았다.

 “나가 보거라.”

 행자가 나가자 영봉이 자리에 앉았고 전봉준과 이방언도 황감한 몸짓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영봉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편히들 앉게.”

 “감사합니다.”

 “고맙구만이라.”

 전봉준과 이방언이 자세를 고쳐 앉자 영봉은 유심히도 전봉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육근청정의 경지에 들어선 영봉이 전봉준의 과거와 미래를 보고있는 것이다. 영봉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졌다. 숙명적으로 수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내, 그리고 위기에 처한 백지한을 구해야 할 의무를 지고 태어난 사내다. 그러나…….

 영봉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우리 수련이 궁금해서 왔군?”

 “예. 스님.”

 전봉준의 두 눈에 연정이 그득했다.

 “우리 수련일 많이 사랑하는군.”

 “그렇습니다. 스님.”

 “언제부터 사겼는고?”

 “지난 봄 스님이 저희 씨름경기 하는 거 보러 오셨을 때…….”

 “아…….”

 영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 때 수련 씨를 보고 강한 숙명을 느꼈습니다.”

 “어떤……?”

 "감사합니다."

 "고맙구만이라."

 전봉준과 이방언이 자세를 고쳐 앉자 영봉은 유심히도 전봉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육근청정의 경지에 들어선 영봉이 전봉준의 과거와 미래를 보고있는 것이다. 영봉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졌다. 숙명적으로 수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내, 그리고 위기에 처한 백지한을 구해야 할 의무를 지고 태어난 사내다. 그러나…….

 영봉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우리 수련이 궁금해서 왔군?"

 "예. 스님."

 전봉준의 두 눈에 연정이 그득했다.

 "우리 수련일 많이 사랑하는군."

 "그렇습니다. 스님."

 "언제부터 사겼는고?"

 "지난 봄 스님이 저희 씨름경기 하는 거 보러 오셨을 때……."

 "아……."

 영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 때 수련 씨를 보고 강한 숙명을 느꼈습니다."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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