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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1>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1>
  • 서휘산
  • 승인 2013.06.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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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37)
“시방법계의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이시여. 지금 저희 태환인국은 정치, 경제, 사회, 안보, 교육, 종교 등 국가 전반에 걸쳐 부패에 물든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백척간두에 놓인 이 국가의 위기는 맹렬한 불길에 쌓여 불타고 있는 장자의 화택과 같사오니, 하루 빨리 3거(三車)를 보내시어 육근이 청정치 못하고 삼업이 어두운 이 나라 중생드을 구해주소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이제 저희 태환인국은 5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간의 정권교체를 평화로이 이루었나이다. 비록 새로운 대통령이 불자가 아닌 예수의 제자라 하더라도 그에게 뛰어난 지혜를 주시어, 예수 역시 부처님의 제자였음을 깨우쳐 주옵소서. 그래서 어리석은 현직 대통령을 범했던 훼불행위를 방지하시고 지심으로 삼보님께 귀의토록 하옵소서.

 개혁이라는 거창한 기치를 들고 출발했던 문민정부가, 오늘날 국가를 이토록 비참한 지경에 이르도록 한 것은, 오로지 부처님을 비방하고 배신한 때문이었나이다. 저희들은 이제 천부경 앞에 오롯이 참회하옵나니 부처님의 그 크신 자비와 지혜와 신동의 힘을 저희 나라에 내리시어 땅, 바다. 하늘, 지하에서 연속적으로 경고하신 노여움을 거두옵소서.

 우주의 거룩한 주인이시며 하늘의 왕이신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미 예언하신 대로 이 말법의 비구들은 부처님의 계율을 깨뜨리고 승가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또한 그나마 청정하다고 자만하는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버린 채 벽 앞에 앉아 이뭣고, 이뭣고만 찾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사옵니다.

 원컨대 부처님과 국조삼세님의 가호력에 힘입사와, 영원한 생명의 실상인 천부경, 법화경이 하루속히 이 땅에 널리 퍼져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해 주시옵고, 이어 남북이 불국토로 정화되어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게 해 주옵소서.

 일체의 중생에게 오로지 진리의 지혜와, 자비의 지혜와, 거룩한 힘을 수여하시는 부처님께 귀명례하옵니다. 나무일승시방불 나무환인천부경 나무묘법연화경.”

 영봉대사가 이끄는 지성 어린 기도가 드디어 끝났다.

 영봉은 부처님 전에 정성을 다해 삼배를 마치고 법당을 나섰다.

 하루 삼천배의 절과 끝없이 이어진 독경, 그리고 나라를 위한 기원으로 죽을 듯 고단하고 늘어져야 하거늘…….

 오히려 몸과 마음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아.”

 하늘을 보며 기지개를 켜던 영봉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터졌다. 새벽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그의 온몸에 새 생명을 주듯 한꺼번에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군.’

 그는 뿌듯한 마음으로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발걸음을 뗐다. 그 때.

 “큰스님. 회향을 축하드립니다요.”

 기다리고 있던 오행자가 다가와 합장했다.

 “그래. 기도 중에 네 수발이 컸느니라.”

 “제대로 시봉을 못해서 죄송합니다요.”

 “아니다. 애썼느니라.”

 영봉은 행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님이 찾아와 계십니다요.”

 “손님?”

 “예.”

 “누구시던가?”

 “경남대학교 씨름선수들이라고 합니다요.”

 “씨름선수?”

 “예, 그렇습니다요.”

 “음-.”

 잠시 생각하던 영봉이 지시했다.

 “시간이 있거든 법당에서 기도하며 기다리시라고 전하거라. 바쁘면 돌아가 한가한 날 다시 오시라 전하고.”

 “알았습니다요, 큰스님.”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 가는 행자를 괜한 안쓰러움으로 바라보다 영봉은 계단을 따라 주지실로 향했다.

 오래만에 찾아온 자신의 방이 반갑고도 낯설었다. 행자가 때맞춰 받아놓은 목욕물에 몸을 담그니 상큼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영봉은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칠칠일 기도 동안 하루 두 시간의 좌면으로 버텼던 것이다.

 영봉이 냉수 속에서 잠을 깼을 때에는 해가 뜨고도 반나절이나 지난 때였다. 사시마지 예불을 드리고 있는 듯 목탁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손님이 와 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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