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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0>
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160>
  • 서휘산
  • 승인 2013.06.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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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랑, 그 하나로 (36)
 그리고 김민중은 긴문삼을 때려눕힌, 나머지 육적, 그 중에서도 특히 재벌들을 상대로 링에 올라야 했다.

 김민중의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잠이 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고있는 이 시대엔 경제적인 부가 정치ㆍ군사ㆍ국제관계를 좌우한다.

 ‘이런 시대에 경제파탄이라니…….’

 지금 정부는 3공이나 5공 때와는 다르다. 경제규모가 작았던 그 시절엔 대통령 말 한마디나 권총 한정으로 재벌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재벌이 공룡처럼 커버려 쉽게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체제는 재벌 하나가 대책 없이 죽으면 국가경제도 함께 죽어야하는 쇠사슬로 엮여있다.

 김민중은 환인임금이 이 나라를 개국한 이래 맞은 최대의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온몸으로 골돌했다.

 일단은 돈으로 터진 제방 둑을 막아야한다. 즉 국가부도를 막으려면 만기가 돌아온 외채를 돈을 끌어다 막거나, 그 상환을 유예해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악마 같은 선진대국들이 돈을 빌려줄 리는 만무하다. 현재의 외채만 해도 1,530억불이나 된다. 국민 1인당 540만원 꼴이다. 그러니 우선 채권국들에게 획기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한 더 이상 빌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망할…….’

 당장 외채가 들어오지 않으면 석유 한 방울 사올 수도 없다. 모든 산업은 석유에 의해 돌아간다. 그러니 곧 전 산업은 그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잠이 달아난 김민중은 다리 하나를 절며 서재로 내려갔다. 그리고 1920년대 루즈벨트가 시행했던 뉴딜 정책에 관한 경제서적을 뒤지기 시작했다. 루즈벨트도 소아마비 장애로 다리가 온전치 못했다. 그리고 빈민구제와 서민경제에 치중했다. 그 점에서 그와 닮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뉴딜 정책을 연구하면서 실마리를 풀어가기로 한 것이다.

 ‘무엇부터…….’

 김민중의 고민은 깊었다.

 지금 한국은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보다, 오히려 재벌이 그 폭력성에다 오만함을 더해 국가와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 위협 앞에 민초들의 열광은 불만과 긴장으로 돌변해 폭발직전에 몰려있었다.

 산더미 같은 외채를 갚느라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그 민초들은 나날이 늘어나는 고통과 실업으로 점점 거지 떼로 변해갔다. 그리고 비록 인권유린은 당했었지만, 그 대신 경제를 일으켜 세웠던 과거의 군사ㆍ철권정치를 못내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정권을 이어받을 김민중의 얼굴엔 환희의 미소보다는 태산같은 시름이 덮일 수밖에 없었다.

 암울한 새벽.

 “썩어빠진 놈들!”

 “돌대가리 새끼들.”

 “그 새끼들은 이완용이보다 더한 놈들이여.”

 민초들의 입이 거칠어져 있었다. 물론 모두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와 재벌들을 두고 하는 욕지거리다.

 그러나 날씨만은 어느 때보다 쾌청했다.

 다음날 새벽.

 총총히 박힌 별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고지넉한 산사.

 삼매에 빠져 기도에 몰입하고 있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천태산을 울리고 있었다. 이따금씩 음조를 맞추는 청아한 목탁소리는 스님들의 송격을 웅장한 음악회의 향연처럼 이끌어가고 있었다.

 영봉대사를 비롯한 무궁사 스님들의 칠칠일 회향기도였다.

 “지심으로 바라옵나니 시방에 두루 계시는 부처님이시여. 또한 법계에 가득한 불법수호 제천 선신, 제석천왕, 사대천왕과 그 각급 권속들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천부경과 법화경에 공경히 예를 올리옵고, 이제 비로써 깨달으며, 비로소 고치고 뉘우쳐서 크게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일으키옵나이다. 또한 대승을 외우고 가셔서 삼업(말ㆍ마음ㆍ몸)으로 공양드리오니, 저희나라를 옹호하여 항상 곁에서 떠나지 마시고, 저희의 국난이 하루속히 소멸케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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