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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정의란 무엇인가
삼성공화국, 정의란 무엇인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6.16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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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1995년 베이징 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란 발언에 당시 YS정권은 발끈했고, 이를 진화하느라 삼성은 진땀을 꽤 흘려야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베이징 발언은, 1992년 현대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와 더불어, 정치권력에 도전하는 경제 권력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은 민주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의미에서 그 발언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액면 그대로만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또 많은 국민들이 그 발언을 통쾌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정경유착으로 오늘의 정치풍토를 만드는데 일단의 책임이 있다면 자신부터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당시, 한 정치인은 지적했었다.

 아무튼 당당함이 묻어난 그 발언 후 2012년 4월, 고희를 훌쩍 넘은 이 회장과 맏형 간에 쏟아진 막말은 위, 아래 구분 없는 막장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여겨질 정도여서 입맛은 쓰다. ‘권력은 측근이 웬수고 재벌은 핏줄이 웬수다’라는 말 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골육상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총수와 그의 형제간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 발언과 연계 시선의 따가움은 더했다. 이런 와중에 이 회장의 손자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Y국제중학교 입학비리는 삼성의 오만함이 묻어난 것 같아 국민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한 방송사에 출연한 패널은 “(이재용 부회장 자녀 때문에) 점수 깎여 떨어진 학생들은 무슨 죄냐”고 했다. 진행자도 “(이재용 부회장 자녀를 위해) 올린 건 올리고, 깎을 건 깎고 해서 억지로 (중학교에) 들어갔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객관적 교과 성적으로는 합격권에 들지 못하는 점수였다”면서 “하지만 주관적 채점영역에선 모두 만점을 기록했고, 그러고도 (합격권이) 안 되니까 다른 사람의 (주관적 채점영역) 점수를 조금 깎아서 합격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실에도 학교 측과 삼성전자 측이 관련 사실을 부인한 그간의 행위는 국민을 더 분노케 했다. 또 감사를 실시한 교육청도 그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게 한국인 것 같다. 부정입학이면 부정입학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에 짓눌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답변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어린아이들에게 회자된 일화는 우리의 가슴을 더욱 짓누른다. 이른바 떡값 사건으로 치부되는 삼성 엑스(X)파일 사건’을 폭로한 N의원이 지난 2월 14일 의원직을 잃었다. 당시 “선생님, 그 N의원의 가장 큰 죄가 뭔 줄 아세요? 감히 삼성에 맞섰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대놓고 삼성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대통령도 함부로 못하는 데 한낱 국회의원 한 사람이 상대할 수 있겠어요? 어림도 없는 일이죠.” 아이들은 서로 맞장구치며 답변을 쏟았다는 것이 당시 회자된 일화다.

 그래서 일까. 현재 대한민국은 악의 반, 선의 반으로 삼성공화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세계가 주목하는 업체지만 비자금, 로비, 경영권 승계문제 등 파문을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 서울지검 특수부 수석검사,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 법무팀장을 지낸 K변호사가 2010년 발간한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생산, 연구, 영업현장 등 땀 흘리며 삼성의 성장에 기여한 인재보다 마당발을 과시하는 로비 전문가들이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사회가 합리적 결정을 로비로 뒤집을 수 있다는 반증이며 한국사회, 그 자체에 이유가 있다는 말일 게다. 삼성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고도 했다. 그래서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을 위해서 ‘삼성을 생각한다’고 했다. 새삼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되는 게 삼성공화국인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도덕 불감증이 갈 데까지 간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병역문제. 입시부정에는 사회적정서가 용납하지 않는다. 신의 아들 이란 논란은 이래서 생겨났고 부정입학이 사실이라면 사회를 존속시키는 기회의 평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나 다를 바 없다. 지금 베이징 발언이 유효하다면 이것을 묻고 싶다. 몇류 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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