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갈피> ‘헤로도토스와의 여행’‘심장이 아프다’
<새 책갈피> ‘헤로도토스와의 여행’‘심장이 아프다’
  • 경남매일
  • 승인 2013.06.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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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21세기 기자와 헤로도토스가 나눈 대화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최성은 옮김 (크림슨… 2만 5천원)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1932∼2007)가 쓴 ‘헤로도토스와의 여행’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새롭고 독창적인 책이다.

 폴란드 출신의 기자 카푸시친스키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를 접한 것은 기자생활을 시작한 직후 외국으로 첫 취재를 떠날 무렵이었다.

 당시 그가 몸담고 있던 기관지 ‘젊은이의 깃발’ 편집장이 비행기에서 읽으라며 선물로 건넨 책이 바로 ‘역사’의 폴란드어 번역판이었다.

 헤로도토스는 10여 년 간 몇 차례에 걸쳐 당시로는 경탄할 만한 긴 여행을 했다. 여러 지방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을 정리했고 각지의 지리와 문화, 역사 등 온갖 지식을 아울러 불멸의 고전 ‘역사’를 남겼다.

 카푸시친스키도 평생 낯선 공간, 미지의 세계를 떠돌았다. 카푸시친스키는 해외 특파원으로 세계 50여 개국에서 취재를 담당하면서 27번의 혁명과 쿠데타, 12번의 대규모 전쟁을 기록했다.

 이 책은 ‘21세기의 헤로도토스’인 카푸시친스키가 그의 멘토이자 ‘저널리스트의 원조’인 헤로도토스와 나눈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담고 있다.

 카푸시친스키는 이 책에서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인용하면서 그 장면이 갖는 의미와 현대 사회와의 연관성을 냉철하게 되짚는다. 이를 통해 2천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역사’가 가진 불변의 가치와 보편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21세기 기자가 체험한 다양한 스토리를 기원전 5세기의 역사가가 기술한 문화적 맥락을 통해 이해하고 반대로 기원전 5세기에 발발한 여러 가지 사건들이 20세기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면밀하게 분석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 헤로도토스는 카푸시친스키가 되고, 카푸시친스키는 헤로도토스가 된다.

 아울러 이 책에는 카푸시친스키 개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448쪽.


▲ '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새 시집… 묵묵히 굽어본 낭떠러지
‘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지음 (문학수첩… 1만 원)

 “가난한 수도원에/ 네 배쯤 음식을 먹는 사람 있어/ 다른 이는 더욱 굶주렸다/ 훗날 저들이 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도 와 있었다/ 하느님 말씀이/ 그는 먹어야 할 음식량의/ 사분지 삼을 양보했기에/ 측은하고 가상하여/ 천국에 불렀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저마다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배고픔과/ 무엇인가에 대한 불치의 허기/ 그 낭떠러지를/ 굽어보고 있었다”(시 ‘배고픔 그 이야기’ 전문)

 김남조 시인의 열일곱 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는 바쁜 일상 속에 잊히기 쉬운 각자의 낭떠러지를 불러낸다. 낭떠러지는 끝없는 추락의 장소로 오해되기 쉽지만 어쩌면 낭떠러지 깊은 곳에 이르러서야 인간은 삶과 타인을 대하는 가장 낮고 정직한 자세에 대해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 낭떠러지는 개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아찔한 깊이의 낭떠러지다. 시인의 겸손하고 낮은 태도는 깊고 깊은 낭떠러지를 아프게 통과하면서 얻게 되는 것으로, 격언이나 교훈이 단시간에 일러줄 수 없는 태도다.

 “숨 쉬는 일 그 가련하고 죄 없음./ 각자 단독으로 행하며/ 동서고금의 동일방식인 점./ 옛사람과 후세 사람들이/ 공평하게 위에 준하는 점./ 멈추지 말 일이나/ 영원한 휴식 예약됨.// 나는 반성한다/ 이 준엄한 예배당에서/ 단 한 번도/ 경건하지 않았음을”(시 ‘숨쉬는 공부’ 중)

 시인의 첫 시집 ‘목숨’ 나온 건 1953년이었다. 이번 시집의 출간까지 꼭 60년이 지났다. 한 바퀴를 돌아 새로 갑자(甲子)를 맞기까지 시인은 기독교적 윤리에 바탕을 둔 낮은 태도에서 마음을 걷어내지 않았다. 여든여섯의 나이에 이르러 시인의 눈길은 용서와 축복에 가 있다.

 “(중략) ‘서로 용서하여라’/ ‘서로 축복하여라’/ 이런 말씀의 메아리가 공중 저켠에서/ 아련히 울려준다”(시 ‘용서와 축복’ 중)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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