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06 (금)
창원시엔 윗분만 존재하는가
창원시엔 윗분만 존재하는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6.09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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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모든 위기는 안주하는 순간 찾아든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들의 큰 실수는 집단을 위기로 내몰게 한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만이다. 성공신화는 자긍심도 주지만 아울러 또 다른 성공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창원시가 사면초가에 빠진 듯 그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창원은 현안이 한두 건이 아니다. 현안이란 게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오죽하랴만 통합의 후유증으로 반목과 갈등이 3년째 계속되는데도 안이함, 교만함이 녹아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 반증은 1조 수천억 원이 투입될 도시철도 건설계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차 자문위원회에서 혈세 낭비를 지적한 자문위원을 배제시킨 데 있다.

 그 결과는 창원도시철도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의 수요예측과 효과도 뻥튀기란 지적을 제기하는 등 도시철도 도입에 반대의견을 제기한 위원을 배제한 한 후 친정체제로 급조한 모양새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군사독재 시절 마냥, 입맛대로 재단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도록 하겠다는 의도인지 묻고 싶다. 하지만 시민의 힘은 짓누르는 데서 꿈틀댄다. 이들은 도시철도 건설에 따른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 “엉터리 자문을 거치면 혈세 낭비는 불 보듯 뻔하다”며 불복종시민운동에 나섰다. 이어 “꼼수로 재구성된 자문위원회의가 창원도시철도 건설을 압도적으로 찬성했다는 의견을 보고했다”며 “창원시는 무엇을 숨기려고 어이없는 일을 벌이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창원도시철도는 혈세 낭비, 재정적자의 우려에다 도입 효과의 미미함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본 계획, 예비 타당성 조사, 타당성 평가용역 결과 등 수요예측이 조사기관마다 다르고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의 절반 정도가 도시철도를 탈 것이란 수요예측도 과다하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도시철도가 기존도로를 이용, 교통 혼잡에다 승용차 이용자의 3.8%인 가량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조사 결과로는 대중교통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제기되는 등 시민들은 걱정하는데 창원시만 괜찮다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아닌, 저것도 아닌 교통수요로는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업계의 경영난과 근로자의 고용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꼼수로는 안 된다. 들쭉날쭉한 조사 및 용역결과로는 김해 경전철, 거가 및 마창대교 등 혈세 낭비의 현장인 애물단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광주, 인천, 용인, 의정부 등 전국에 건설된 도시철도의 경우도 타당하다는 용역결과로 건설됐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창원시는 이 사업은 국비지원으로 추진하는 재정사업이며 도시철도 운임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적자 발생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 회의결과 창원도시철도 건설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의 수요예측과 효과가 뻥튀기란 지적이 제기됐다면 건설하려는 것에 앞서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또 재정사업비란 것도 국민들의 혈세이지 하늘에서 그저 떨어지는 게 아니다.

 배제시킨 자문위원들의 반발에 ‘위원복원’ 여부를 윗분과 상의해 보겠다고 한 것은 공직자의 윗분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한 사례이다. 노이즈마케팅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현실이라면 창원시의 운용에는 구멍이 뻥 뚫렸다는 예기다. 윗분이 지시했든, 실무자 차원에서 알아서 배제시켰든 시민의 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와중에 시민단체와 일부 시의원 등이 재검토 돼야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돼 그나마 다행이다.

 추진하려는 것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많으면 안 하는 게 상책이고 빛바랜 청사진이 한 둘이 아닌데 또 다른 청사진으로 커버하려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윗분만 있는 창원이라면 기대할 게 없고 갈등과 반목은 증폭될 뿐이다. 개혁과 변화는 고통도 주지만 동시에 기회도 준다. 새로운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의사고를 기대한다. 창원시정의 변화는 이제까지 이뤄온 성공신화를 버릴 때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다. 윗분보다는 시민들이 갑(甲)인 세상, 꼼수를 버리고 작은 것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희망의 공동체 건설이 가능하다. 채근담은 “한마디 말로써 천지평화를 깨고, 한 가지 일로 재앙을 빚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一言而傷天地之和 一事而釀之禍者 最宜切戒)”고 깨우치고 있다.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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