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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풀린 전력당국 대수술 필요하다
나사풀린 전력당국 대수술 필요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3.05.3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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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오기도 전에 전력대란 우려가 닥쳐왔다. 올해 전력예비율이 안정선인 10%를 밑돈 날은 벌써 55일이나 된다. 사흘에 한 번 꼴이다. 가뜩이나 전력공급이 빠듯한 마당에 위조부품이 들어간 원전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으니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건 당연하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29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면서 각각 100만㎾씩 200만㎾의 전력공급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이들 2기를 포함해 총 11기의 원전이 정비와 위조부품 교체를 위해 한동안 멈춰설 수 밖에 없다. 평년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예보된 올 여름에 전력수요가 치솟아 최악의 정전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력공급을 극대화해야 할 원전당국이 위조부품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위조부품 문제가 불거진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작년에도 이미 여러 개 원전에서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는데 그동안 무엇하다 여름을 코 앞에 두고 같은 문제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게다가 이번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제어케이블은 원전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자칫 대형 원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불량 케이블이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 건설 중인 원전에까지 사용된 것이다. 그나마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이런 충격적인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번 사태는 관련회사와 책임자 몇 명 고발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검증기관이 서류를 조작해도 속수무책인 안전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력당국의 안일한 대응은 최근 밀양 송전탑 공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새 원전이 건설되면 그에 맞춰 송전설비까지 세워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주민들과의 갈등은 예상된 일이고 어떻게든 풀었어야 할 문제다. 그런 일을 7년이나 끌다가 연말까지 공사를 마쳐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다니 도대체 그동안 뭐했느냐는 지적이 안나올 리 없다. 그런 중에 한전 고위간부가 ‘주민들이 세뇌됐다’ ‘원전 수출하려면 공사를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니 한심하다. 그런 대응으로는 문제를 풀기는 커녕 꼬이게만 할 뿐이다. 이처럼 나사가 풀린듯한 전력당국의 마인드와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당장 원전 위조부품 사태로 거의 3조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돈이다. 그러고서도 애꿎은 국민은 블랙아웃을 걱정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견뎌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전력당국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과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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