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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성범죄 관련 종합 감찰해야
육사 성범죄 관련 종합 감찰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3.05.3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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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와 군에 헌신하는 엘리트 장교를 양성한다’는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상급학년의 남자 생도가 후배인 여자생도를 대낮에 성폭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행 사건은 1946년 육사 개교 이후 또 육사에 여학생들의 입학이 허용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이 사건은 축제 기간인 지난 22일 한 지도교수가 생도들과의 점심식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린 뒤 일어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술을 마신 뒤 구토하던 2학년 여자 생도를 생활관으로 데려가 훈육관에게 인계했으나, 한 4학년 남자 생도가 이 여자생도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행사 중 남자 생도가 사라진 것을 이상히 여긴 동료 생도들이 그의 숙소를 찾아가는 바람에 발각됐다. 육군은 이 남자 생도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감찰과 헌병, 인사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이 사건을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개하지 않다가 일부 언론이 보도한 뒤에야 마지못해 사건 발생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는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사건을 즉시 공개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물론 군은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야 하며 여러 면에서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교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이상 사건 자체는 즉시 공개했어야 한다. 또 엄연히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다 발각된 현행범에게 ‘성군기 위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부적절했다. 군이 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육사는 차제에 교내 규율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음주를 금지하던 육사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장성급 장교나 훈육관, 지도교수 등이 주관하는 공식행사에서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음주를 허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품위를 지키는 선의 음주가 어느 정도의 음주를 의미하는 지 의문이다. 더욱이 여생도들의 입학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교내 음주 허용은 좀 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한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직업군에 여성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군에서도 이제는 여성 인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육사의 한 학년 생도수는 250명 정도고 이중 여생도는 10% 정도로 적지않은 인원이다. 육사 자체에서 소수인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보호하는 규정이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규정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또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의심하게 만든다. 사관학교는 국가가 학생들의 안위를 24시간 책임지고 조직생활을 시키면서 엘리트 장교들을 길러낸다는 면에서 다른 대학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가와 육군사관학교를 믿고 자랑스럽게 자식을 맡긴 피해 여생도의 부모는 황당하고 기가 막힐 것이다. 육군은 만의 하나 피해자에게 어떤 추가적인 피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 군 수사당국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육군도 지휘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한편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여자 생도들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희롱 또는 성폭행 사건이 또 있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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