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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고등학교를 살리자
지역 고등학교를 살리자
  • 박중식
  • 승인 2013.05.21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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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식 김해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최근 고등학교의 대학진학(大學進學) 현황이 신문을 통해 공개되고, 방송 매체를 통해 명문 고등학교가 소개되고 있다. 언론의 발표를 통해 지역별로 지역 고등학교의 대학진학 현황은 큰 이슈가 됐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 지역 고등학교에 대해 언론이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2012년도 진학성적에 있어서 전국 학교 중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학교는 경남과학고와 김해외고이며, 수능 성적 우수학교는 유일하게 김해외고뿐이다. 경남지역의 고등학교는 수능 성적과 진학 성적에서 전국 하위권이며 경남에 있는 학생들 중에서 불과 2% 정도가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실정이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에 따르면 2012학년도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경남이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 성적이 좋은 학교나 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과학고ㆍ외국어고등학교ㆍ자사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는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서부 경남 농어촌 지역에서 진주시로, 동부 경남에서는 창원시로 학생들이 몰리는 편이다. 김해 지역은 거주지 학교가 아닌 외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 곳이며, 그러다보니 김해 학생들의 고등학교 학력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지역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체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도 함양군ㆍ함안군ㆍ진해ㆍ합천군ㆍ고성군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학생들의 외지 유출을 막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고등학교는 입학 장학금ㆍ성적 우수 장학금ㆍ대학 합격 장학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지역 학생들의 외지 유출(流出)을 줄이면서 타 지역 학생들을 유인(誘引)하고 있다. 그 결과로 타 지역에서 이들 지역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이 커지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지역 고등학교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지역 고등학교가 지역의 발전에 큰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초ㆍ중등 교육의 마무리가 고등학교이기에 지역에 좋은 고등학교가 있으면 지역의 인구(人口)가 증가하게 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한편으로 소위 명문 고등학교가 있는 곳은 초등학교 학생부터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기에 지역 학생들의 학구열(學究熱)이 높아진다. 그리고 명문 고등학교는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에 대한 자존감과 애향심을 갖게 하며 이런 마음은 향토발전으로 연결된다.

 둘째, 너무나 수준이 높은 국민들의 교육 욕구를 공교육의 힘으로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진학과 취업으로 연결돼 있는 교육을 포기할 수 없기에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평준화 후에는 입시에 부담을 갖지 않으므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학교에서도 진학을 위해 특별히 노력할 수 없게 됐다. 공교육은 보편적 교육활동 이상을 하기가 어렵기에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학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물심(物心) 양면으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일반 고등학교는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초ㆍ중학교는 의무교육으로 국가의 지원이 많고, 직업교육을 주로 하는 실업계 고등학교ㆍ과학 고등학교ㆍ예체능 학교들은 관련단체나 관련 국가 기관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원이 거의 없는 곳이 일반 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이다. 그래서 지역 고등학교가 소위 명문 고등학교가 되느냐 아니냐는 지역 주민들의 지원에 달려있다.

 특히 지역발전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고등학교를 살리는 데 앞장서야할 필요가 있다. 지역 고등학교의 좋은 학업성적과 진학성적은 결과로 지역 주민에 혜택이 되고 지역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등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 지원할 수 있고, 지방 기업들이 지역 고등학교를 지원하도록 연결할 수 있다.

 송나라 황제 진종은 이미 천년 전에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권학(勸學)의 말을 남겼다. 부자가 되려고 좋은 논밭을 살 필요가 없으며(富家不用買良田) 책 속에 천 가지 곡식이 저절로 들어있다(書中自有千種綠). 교육은 논밭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투자이며, 지역의 희망(希望)은 지역의 좋은 고등학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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