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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크연구원의 새 도약 기대
한국실크연구원의 새 도약 기대
  • 박태홍
  • 승인 2013.05.20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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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50여 년 전 진주의 경제는 기계공업의 요람 대동공업과 뉴똥을 짜고 염색 가공 하는 동양염직과 해동ㆍ대흥ㆍ신화직물 등 견직 산업이 좌지우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부터 물이 좋은 진주는 섬유공업의 발달로 인해 가내 수공업 형태의 직물공장이 60년대부터 대형화 되면서 호황을 맞기 시작했다.

 진주의 뉴똥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 시장 대형 포목점에서는 현금을 싸들고 와 기다려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당시는 금융업이 발달되기 이전이어서 현금 아니면 물건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제품을 구하려는 상인들의 상술이기도 했으리라.

 이 때문에 크고 작은 진주의 직물 공장 100여 곳은 너나 할 것 없이 24시간 베틀을 돌려야 했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공급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베짜는 기능공들도 늘어나는 임금에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천전지구에 쫙 깔려있는 크고 작은 직물 공장의 유선 방송에서는 베틀 돌아가는 소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좋은 시절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유선 방송이 유일한 근로자들의 복지 혜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 같은 진주견직의 호경기는 20여 년 넘게 계속됐다.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됐다. 진주의 뉴똥과 비단은 그 당시 혼수품으로도 크게 각광 받았다. 동대문 포목점에서도 진주의 뉴똥과 비단은 최상위급 예단으로 손꼽히면서 자리매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풍자소설의 대가 고 채만식(1902-1950) 씨의 단편소설 맹순사에서도 “칼자루 십년에 집안 여편네 뉴똥치마 하나 못해준 주변에 헐말이 무슨 헐말이우”하는 대목이 있다. 그 당시 뉴똥 옷감을 고급선물로 풍자적으로 잘 표현하는 기록이다.

 뉴똥이란 명사견으로 짠 옷감의 한가지로 빛깔이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진주는 천혜의 자연조건 물이 맑은 남강이 있기에 염색가공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것이다. 지금도 뉴똥 비단 실크로 이어진 진주의 실크 생산량은 전국의 68%이며 중소직물업체 76개사가 진주 상평공단내에 집적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988년 (사)한국견직연구원이 진주에 설립됐다. 산업기술 혁신 촉진법 제 42조에 의해 설립된 한국견직연구원은 실크산업 발전에 필요한 생산기술의 연구개발 및 지도 보급과 기능인력 양성, 연수 등 실크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후 상평동으로의 청사이전과 시제품 개발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하다 2007년 5월 한국실크 연구원으로 그 명칭을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 총괄 예산만도 49억 4천여 만 원. 이 돈으로 실크산업의 육성책 연구와 실크기술의 연구개발ㆍ시험연구시설 설비제공 및 기술지도 패션 디자인 개발 연구ㆍ기능인력 양성 및 생산현장 기술자 연수 교육ㆍ실크 관련 기술정보의 분석 및 제공ㆍ정부연구용역의 수탁과 국내 외 연구기관 산업체와의 연구개발 및 기술 용역의 수탁과 위탁을 주요기능으로 하는 방대한 업무를 펼칠 것이다. 조직은 2본부 1센터 7팀 32명으로 구성 돼있다. 그러나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IMF 이 후 불어닥친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한 불황이 실크업계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로 인해 진주지역 견직업체의 설비가동율이 반으로 줄고 100년 진주실크 역사상 최악의 위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게다가 실크연구원 내부의 내홍도 뒤따랐다. 보조금을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ㆍ중소기업청 경남도ㆍ진주시 등 각기관의 주문도 일체감이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지난 6일 정유권 전진주시 부시장이 한국실크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전병욱 경영지원 본부장, 권순정 연구사업본부장, 박종순 중소기업 산학협력센터장 등 조직도를 재정비했다.

 정원장의 오랜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한국실크연구원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정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장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중장기 발전 비전과 미션전략을 부문 별로 수립했다.

 이에 따라 세계 5대 실크 생산지 명성에 걸 맞는 진주의 ‘실키안’을 세계시장에 내 놓겠다는 당찬 포부도 피력했다. 그리고 내수시장을 벗어난 글로벌 경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제품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실크연구원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지역생산업체와의 소통과 연대에도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 길만이 옛 뉴똥의 명성을 되찾고 진주실크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는 길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 한국실크연구원의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기대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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