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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순간
진실의 순간
  • 정창훈
  • 승인 2013.05.19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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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매주 열리는 주간업무 관련 회의에서 단골메뉴는 몇 개월 동안 항상 두 가지 안건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첫째는, 걸려오는 전화는 무조건 친절하게 받아야 한다. 통화내용도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전화가 왔고 어떻게 상담을 해줬는지, 상담결과에 대햐 본인은 스스로 만족했는지를 체크를 하자. 둘째는, 학교까지 직접 찾아오는 고객에 대한 안내는 학교의 가족으로 모신다는 심정으로 더 더욱 성심성의껏 대하라고 강조하지만 이 작은 변화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고객만족이고, 어떻게 하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고 세상으로부터 자신도 감동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직장에서는 상사가 부하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친절하라고 하지만 그리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10년 동안 학원경영을 하면서 학원의 고객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직원을 포함한 일반 성인들이 대부분이라 기업의 인적 물적 환경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가 있었다. 그 당시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지 고객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 구성원들 모두가 친절한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외국어를 교육시키는 현장에서의 친절은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배우려는 고객들에게 학습의 동기부여를 주기에도 충분했다. 그 당시에 직원을 채용해서는 인근에 있는 은행에 의뢰해서 일주일간 현장 모니터링을 하게 했다. 은행창구에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 태도, 표정, 말씨와 전화로 고객과 상담하는 친절 등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고객만족에 대해 굿맨(Goodman)은 "고객의 욕구와 기대에 부응해 그 결과로서 상품과 서비스의 재구매가 이뤄지고 고객의 신뢰감이 연속되는 상태를 말한다"라고 했다.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서비스가 아니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의 전 과정에서 고객만족을 실현하고 고객만족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영방법이다. 고객만족 경영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80년 스칸디나비아 항공사 사장인 양 칼슨이 진실의 순간(MOT)이라는 개념을 기업경영에 도입해 서비스 경영을 실천한 결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LG그룹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1993년 삼성그룹이 고객만족 경영으로 전환했고 그 외에도 태평양화학의 `무한책임주의` 국민은행의 `고객제일주의` 코오롱의 `고객에게 감동을` 등의 다양한 고객만족 프로그램이 개발돼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고객만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상품(품질) 서비스(친절), 이미지(기억)를 꼽을 수 있다.

 첫째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상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상품의 품질은 정보공유와 기술력의 향상으로 갈수록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추세다.

 둘째, 서비스다.

 고객만족 경영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하면 직원들의 친절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서비스란 말이 포함된 의미는 그보다 휠씬 광범위하게 정의가 된다. 진실의 순간(MOT)은 양 칼슨이 유행시킨 용어인데 이는 투우에서 나왔다. 투우경기를 보면 투우사가 소를 빨간 망토로 희롱하다가 소가 지칠 때 쯤 창을 꼽아 놓고 마지막으로 숨을 끊기 위해 칼을 쥐고 소를 노려보는데 이 순간 삶과 죽음이 오가는 결정적 순간을 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과의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결정적 순간, 바로 그때가 `진실의 순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지가 중요하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어떤 형태로든 고객의 머릿속에 그 결과물이 남게 되는데, 이것을 이미지라고 부른다. 물론 이 이미지는 대부분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기 이전에 매체광고를 통해 미리 형성이 된다. 광고와 상품, 서비스가 일치할 경우에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며, 불일치할 경우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는 한 번 형성되면 변화시키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포착하는 지혜와 노력도 하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서비스 정신도 저버리고, 자기만족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다면 어느 조직이든 더 이상 생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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