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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영웅의 귀환 <123>
제8화 영웅의 귀환 <123>
  • 서휘산
  • 승인 2013.04.23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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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리운 세월 (11)
깨끗한 처녀의 미소가 전봉준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그의 가슴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어린 소년의 그것처럼 화사하게 뛰었다

 “역시 잘하는구나.”

 “선배님이 봐주셔서 그렇죠.”

 겸연쩍게 웃는 전봉준의 손을 잡고 강봉걸이 일어섰다. 그리고 전봉준의 손을 번쩍 들어올려 환호하는 관중석을 향해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데……!

 동과 남, 그리고 서쪽은 끝나고 마지막 북쪽을 향해 얼굴을 숙이는 순간이었다. 전봉준의 눈으로 밝은 광채가 쏟아져 들어왔다.

 “……!”

 고개를 든 그의 눈은 다시 한 곳에 집중됐다. 거룩한 얼굴을 한 스님 곁에 앉아 박수를 치며 해맑게 웃고 있는 처녀!

 그 깨끗한 처녀의 미소가 전봉준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그의 넓은 가슴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어린 소년의 그것처럼 화사하게 뛰었다.

 # 호랑나비가 역시 호랑나비다운 유연한 자세로 복장지르기를 해왔다. 백지한의 단전부위를 노리고 있었다. 백지한은 한 발짝 왼쪽으로 비키며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안홍집은 호랑나비처럼 날아올라 그의 옆구리를 향하던 백지한의 발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곧장 두발당상으로 공격해 왔다. 호랑나비의 두발당상은 백지한의 귀를 바랍처럼 스쳤다. 까딱했으면 그의 턱이 박살날 위기였다.

 ‘역시 빠르군!’

 백지한은 내심 감탄하며 호랑나비의 오른쪽 옆구리를 휘어 찼다. 일명 곁치기라는 동작이다. 가격을 당한 호랑나비가 움찔했다. 백지한은 다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호랑나비는 훌쩍 날아오르며 그의 발길을 치했다. 그리고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동작으로 백지한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윽!”

 백지한의 입에서 가벼운 비명이 터졌다. 숨쉴 틈 없이 호랑나비는 발따귀 공격을 해왔다. 백지한은 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반 바퀴 돌면서 그의 다리를 후려 찼다.

 ‘쿵!’

 호랑나비가 쓰러졌다.

 ‘짝짝짝…….’

 조용한 박수소리가 감방 안을 울렸다. 백지한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자, 오늘은 그만 하세.”

 “예, 도인어른.”

 백지한은 그간 감방에서 택견과 함께 배꼽아래 숨쉬기를 연마해왔다. 이른바 단전호흡이었다. 물론 스승은 호랑나비였다.

 단전호흡이란 배꼽에서 손가락 세 개 정도의 아래로 숨쉬기를 하는 걸 의미하는데 그 궁극적 목표는 마음으로 몸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데 있었다. 즉 하늘과 땅의 기운을 자신의 몸 안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몸을 완전히 기화(氣化)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은 물질이 되고 물질은 곧 정신이 되는 자연합일원리에 입각한 것으로 결국엔 오직 정신만의 작용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몸과 마음이 맑아야 했다.

 백지한은 고행에 들어갔다. 정신을 집중키 위해 일체의 면화를 거절했고, 하루 한 끼 식사만 했다. 그것도 고기가 들어간 반찬은 살상과 공격의 심성을 돋울 수 있어 외면했다. 채식 위주의 식사, 단전호흡, 그리고 택견 수련(修鍊)으로 짜여진 감방의 하루하루는 맑고 즐거웠다.

 백지한이 아내 이남주의 죽음과 향설이 향운이의 실종소식을 전해들은 건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 가느다란 신음을 토하며 미간을 움찔했을 뿐,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다. 인간적인 생활, 가정적인 생활에 더 이상 미련을 버린 것이다.

 ‘오면 가는 것이고, 또 가면 오는 것이 자연과 인생의 법칙. 그래서 가는 것 서러워말고 오는 거 말리지 말라 않던가.’

 겉으로 보면 말할 수 없는 냉혈한으로 보일 것이지만, 그것은 그가 속으로 삼키고 있는 무한한 인내와 의지의 소산이었다. 지나간 자신과 그 주변을 완전히 망각해버리고, 자연과 신과 자신을 완전한 하나로 만들고자 하는 눈물나는 의지…….

 단전호흡의 첫 번째 단계를 가부좌를 틀고 배꼽 아래로 숨쉬기를 하는 것으로 이른바 단전호흡의 기본 동작이었다.

 두 번째 단계는 중기단법(中氣丹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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