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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영웅의 귀환 <122>
제8화 영웅의 귀환 <122>
  • 서휘산
  • 승인 2013.04.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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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리운 세월 (10)
땀으로 흠뻑 젖은 강봉걸은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축제하는 거 구경하고 가시소.”

 “괜히 너 노는 것 방해하고 싶지 않다.”

 “방해라니예?”

 수련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영봉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씨름도 합니더.”

 “씨름?”

 영봉이 관심을 보이자 수련은 얼른 대답했다.

 “예, 졸업생하고 재학생간에 헌답니더.”

 밝은 수련의 모습에 영봉이 즐거워했다.

 “참신한 발상이군, 축제 때 씨름을 하다니.”

 수련도 미소를 지었다.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겠지예?”

 “아무래도 그렇겠지.”

 수련은 고독하면서도 초연한 영봉의 얼굴을 존경의 빛을 담고 바라보았다.

 “보러가실거예요?”

 “난 그러고 싶다만 니가…….”

 영봉의 말끝을 흐리자 수련이 일어서며 영봉의 넓은 장삼 소매 끝을 잡았다.

 “가예, 스님.”

 # 마지막 경기에 이르자 체육관은 열기로 더해갔다. 결승전에는 전봉준과 강봉걸이 올라왔다. 관중들은 ‘전봉준’을 연호하고 있었다.

 전북 정읍의 신태인 출신인 전봉준은 3학년 때인 작년 가을에 아마씨름왕에 오른 백두급 장사로, 현란한 기술과 함께 출중한 외모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최고의 선수였다. 상대선수는 이 학교 출신의 천하장사 강봉걸이다. 경북 봉화 출신의 강봉걸은 250근이 넘는 거한이다. 백두급의 전봉준도 큰 덩치였으나 강봉걸과 마주서자 형편없이 왜소했다.

 수련이 영봉을 보며 안쓰런 미소를 지었다.

 “어른하고 아이가 붙은 것 같아예.”

 영봉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허지만 전봉준 저놈 몸이 아주 단단해 뵈는구나.”

 “스님은 누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그야 전봉준이지.”

 “와예?”

 “덩치가 작으니깐.”

 영봉이 씨익 웃고 수련을 돌아보았다.

 “넌?”

 “저는 강봉걸 편이에요.”

 “왜?”

 영봉이 의아한 얼굴로 짧게 물었고 수련은 밝게 대답했다.

 “형님이니깐요.”

 이윽고 두 장사는 왼손은 다리샅바를, 오른손으로는 허리 샅바를 잡고 팽팽히 일어섰다. 그리고 두 장사의 등을 잡고 있던 주심의 손이 떨어지며 호각이 울렸다.

 경기시작과 함께 전광석화같이 공격하는 전봉준의 기술을 익히 알고 있는 강봉걸이 선수(先手)를 뺏기지 않으려고 먼저 힘차게 샅바를 당겼다. 전형적인 들배지기 기술이다. 무게에서 뒤지는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붕 들려지자 전봉준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강봉걸의 무릎을 발바닥으로 눌렀다. 그런 자세로 긴장된 순간이 팽팽히 흘러가고 강봉걸의 얼굴에서 구슬 같은 땀방울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들어올리긴 했으나 전봉준의 완벽한 방어자세에 땅바닥에 메다꽂기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술의 달인(達人)인 전봉준에게 역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으음…….”

 땀으로 흠뻑 젖은 강봉걸은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2분 20초가 흘러가자 강봉걸이 드디어 왼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오른다리를 뻗음과 동시에 전봉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벽력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호미걸이를 시도했다.

 “에잇!”

 그러나 전봉준은 노련했다. 강봉걸이 발목 뒷부분으로 호미걸이를 걸어오는 순간 몸 전체를 상대에게 바짝 붙이며 목을 뒤로 젖혀 몸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았다. 그리고 강봉걸의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려있는 걸 이용해 그대로 밀어버렸다. 당황한 강봉걸이 몸의 중심을 잡아보려고 왼쪽으로 몸을 뒤틀었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우…….”

 관중석에서 탄성이 섞인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처지자 모래바닥에 누운 강봉걸이 손을 내미는 전봉준에게 허망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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