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필기시험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그 대신 현행 교육과정 내에서 토론, 발표, 탐방 중심의 수업을 하고, 진로 탐색 및 예체능 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자유학기 중의 활동은 입시와 연계되지 않는다. 필기시험 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시간을 갖는다면 미래를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의미도 알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유학기제는 일단 바람직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효과를 거두려면 본격 시행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꼼꼼한 준비가 중요하다. 진로 탐색을 위한 제대로 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교내 프로그램이나 진로 체험을 위한 외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그 많은 중학생에게 실습이나 직업체험을 시키려면 상당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 공공기관 등과 연대를 맺어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국은 상세한 운영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연구해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교사들을 교육해야 한다.
중학교 시기에 쌓은 기초학력이 평생을 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해결해야 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면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갈 수 있다. 필기시험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평가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특목고 등 고교입시에서 중학교 내신이 반영되는데, 학생들의 활동 내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진로탐색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 있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많은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시행착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중학교에서의 한 학기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기를 알차게 보내며 진로와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