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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필체, 줄 맞추지 않고 거침없어”
“명성황후 필체, 줄 맞추지 않고 거침없어”
  • 연합뉴스
  • 승인 2013.03.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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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 진취성 돋보여
‘조선시대 자전’ 펴내
 북벌을 추진했던 효종은 필체도 거침없고 시원시원했다. 효종이 쓴 한글 편지의 필체를 보면 활달하고 진취적인 기품을 엿볼 수 있다.

 불행했던 개인사를 딛고 성군이 된 정조도 필체가 힘찼다. 반면 현종은 필체가 아기자기하고 다정다감했으며 숙종은 획 하나하나를 정성 들여 썼다.

 조선 시대 왕을 비롯해 왕비, 공주, 궁녀, 사대부, 일반 백성이 쓴 한글편지(언간ㆍ諺簡)를 집대성한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소장 황문환)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되거나 개별 편지첩에 실려 있던 한글 편지 중 대표적인 편지를 모아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을 펴냈다.

 자전 편찬 작업에는 서체학, 문자학, 국어국문학 등 분야별 전문가 31명이 참여했다. 5년여 간 조선시대 한글편지 1천500여 건을 분석해 조선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87명의 한글편지 400여 건을 담아냈다.

 어절, 음절, 자보를 비교해 서체 간의 관련성과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현재까지 발굴된 왕의 친필 편지는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정조의 편지가 있다. 조선 왕 가운데 최고의 명필은 선조였다. 선조는 중국 사신들이 그 필적을 얻고자 애를 썼을 정도로 명필로 유명했다. 선조는 시집간 딸들에게 자주 한글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묻는 등 다정다감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한글편지는 친필 편지만 140여 편이 전해진다.

 명성황후의 글씨는 한문 서체, 한글 서체인 궁체(宮體) 등 기존의 서체와 달리 개성이 강했다. 줄이 인쇄된 시전지에 쓴 편지조차 세로줄이 똑바르지 않은 것이 많다.

 어문생활사연구소 이종덕 전임연구원은 “줄을 맞추는 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흘림체로 거침없이 이어 쓴 필체에는 자기만의 굳은 신념과 정신으로 일국을 좌지우지하던 명성황후의 강인한 기질이 유감없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어문생활사연구소 황문환 소장은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은 “난해한 문자 판독은 물론 서체적 조형미가 뛰어나 한글 서예의 작품 창작 서체로의 응용, 컴퓨터 폰트 개발, 패션 산업, 서체 디자인 등 예술과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격까지 구비하고 있어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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