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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를 다시 읽고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를 다시 읽고
  • 안상근
  • 승인 2013.03.1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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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상 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대통령이 정치가 실종됐다고 하소연했다. 창조경제만이 대한민국이 먹고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다못해 국민에게 직접 대국민 호소까지 했다. 그래도 정치권은 꿈적도 안 했다. 여당은 청와대 가이드라인만 들고 있고, 야당은 방송을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공세를 앞세웠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듯 했다. 지난 며칠간 정치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난 주말 늦게나마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어디서 본 듯했다. 바로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언급한 상황의 재현이었다.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답게 그의 예측은 우리 상황에 정확히 적중했다.

 ‘부의 미래’를 보면 주요 기관과 조직들을 달리는 자동차 속도에 비교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다.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조직이 기업이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린다. 가장 느림보가 정치조직과 법이다. 정치조직은 시속 5킬로미터로 걸어가는 조직이고, 법은 시속 1.5킬로미터로 기어간다고 한다. 정치조직이 법을 만들기 때문에 법의 속도가 정치조직을 앞설 수는 없다. 실제적인 꼴찌는 정치조직인 셈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꼴찌들끼리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 것이다. 어정쩡한 타협결과를 냈지만 꼴찌들의 싸움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 정부는 희망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조직과 그 정치조직이 만들어 내는 법이 느림보인 이상 희망의 새 시대가 될 수 없다. 국민도 행복할 수 없다. 창조경제도 만들기 어렵다.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기업을 가장 변화에 둔감한 정치조직이 발목만 잡을 뿐이다. 그래서 창조경제보다는 창조적 정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제일 먼저 변화해 왔으며, 제일 앞서가는 조직이다. 새 정부가 그토록 목을 매었든 미래창조부가 있든지 없든지 기업은 스스로 변하고 달려왔다. 앞으로도 그 변화의 속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기업이나 다른 조직보다 앞서 달리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앨빈 토플러에 의하면 놀랍게도 학교는 시속 15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한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들이 시속 15킬로미터로 달리는 학교에서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토플러는 산업시대의 공장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 학교는 아직까지 지식혁명 시대에 맞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붕어빵 찍어 내듯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것이다. 새 정부는 교육에 대해 꿈과 끼를 강조하고 있다. 꿈과 끼는 창의적인 교육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창조경제도 창의교육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정부관료 조직의 변화도 느리기는 마찬가지다. 앨빈 토플러는 정부관료 조직은 시속 40킬로미터로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이미 기업은 저 멀리 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정부가 나서서 진두지휘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일자리를 쏟아낼 것으로 말하고 있다.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운 사업기반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주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민간부분의 역량이 훨씬 우수하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강국이 된 것도 정부가 앞장서서 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잘 돌아가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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