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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
  • 형남현 기자
  • 승인 2013.02.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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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남 현 사회2부 부장(거창 주재)
 지난해 9월 말께 아침 일찍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저쪽에서 “선배님 죄송하지만 빨리 현장사무실로 와 주십시오”라는 음성이 들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담양 성산간 88고속도로 확장공사 제10공구현장 구간에 공사를 하는 (주)한양 이순천 소장이었다.

 이 소장은 ROTC 후배라서 평상시 잘 지내고 있는 터라 아침 세수도 하지 못하고 (주)한양 현장 사무실로 급히 갔더니, 농민 20여 명이 화가 잔뜩 나 고함을 지르면서 회사 측에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내용을 들어 보니 제 16호 태풍 산바로 인해 거창군 남하면 둔마리 이영우(60) 이장의 논을 포함해 14명의 농민이 농작물 침수 피해를 입었다.

 농민들은 땀 흘려 애써 지은 농사가 수확도 하지 못하고 물에 잠기자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 구간 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잘못된 공사로 인해 피해가 더 늘었다고 주장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는 회사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 이었다. 먼저 농민들은 회사 측에 피해 보상금을 산출해서 통보 해 줄 것을 요구 했다.

 이에 회사는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피해를 제외 하고, 가도 설치를 해서 물 흐름을 막아 피해를 본 농민들의 피해 금액을 산출하고, 나머지 피해를 본 농민들의 피해액을 산출해서 동네 이장에게 전달했다. 이를 받아 본 농민들은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보상 금액에 화가 나 이날 아침 일찍 회사 사무실 입구에 농기구를 막아놓고 항의를 시작했다.

 농민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사무실 입구를 막은 농기구는 치웠지만 회사 측에 적게 산출한 보상금액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었다. 이미 경찰은 나와 있지만 어떤 역할을 할 입장이 되지 못했고 회사 측과 농민사이는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이성복 군의원, 건설교통과 임채근 과장, 김정욱 도로 계장, 재난관리과 김장웅 계장, 남하면사무소 장봉기 계장이 도착했다.

 군의원의 주도로 주민, 관계공무원, 회사가 한자리에 모여서 대책 회의를 한 결과 남하면 장봉기 계장과 동네 이장은 피해 현장을 일일이 조사하고 농민들과 상의해서 농민들이 요구하는 피해보상 금액을 취합해서 군청 재난관리과 김장웅 계장에게 통보하면 그 금액을 가지고 (주)한양과 다시 논의 하는 것으로 하고 농민들은 돌아갔다.

 남하면사무소 장봉기 계장과 이장은 여러 차례 피해 현장 조사를 하고 농민들의 의견을 모아 피해보상 금액을 군청 김장웅 계장에게 통보했고 김 계장은 회사 측에 전달했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공무원과 회사 측은 보상금액에 대해 논의를 했고, 지난 2일 양모(여ㆍ69) 씨를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합의가 됐다.

 모든 것이 해결되자 이영우 이장은 “군의원과 많은 공무원들이 힘없는 농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나서서 해결 해주니 정말 고맙고, (주)한양의 공사현장이 적자 현장이라고 들었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원만히 보상을 해준 소장과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약 4개월 동안 이 일을 지켜보면서 농민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군의원, 농민과 회사 측의 입장을 서로 이해시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공무원들, 농민들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는 (주)한양 회사 사람들, 이렇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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