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4가지 과제 모두 공교롭게도 과거 아베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때 추진했다가 아베의 실각으로 무산되거나 국내외 비판 등으로 중도 포기했던 것들이다. 따라서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의 아베정권이 일본 우익진영의 숙원 과제를 절치부심, 권토중래의 심정으로 다시 추진하는 셈이니, 주변국의 우려와 비난이 있다고 해서 쉽게 물러설 리 만무할 것이다. 특히 ‘아베담화’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담화’를 어떻게든 무력화하겠다는 집요함이 느껴진다.
무라야마ㆍ고노 담화 문제에 대한 아베정권의 최신 입장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아베 내각으로서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지향의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가지 담화의 수정을 줄곧 시사하던 아베 총리의 불과 얼마전까지의 발언에 비해 표면상으론 후퇴한 것이지만, 각의에서 결정된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대놓고 수정하거나 폐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눈가림으로 받여들여질 뿐이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협의의 의미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등의 궤변으로 고노담화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장본인이다.
무라야마ㆍ고노 담화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전제였다. 그런 일본이 무라야마ㆍ고노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아베담화’ 발표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를 배신하는 것이자, 일본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해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아베정권은 직시해야 한다. 아베정권의 무라아먀ㆍ고노 담화 수정은 필연적으로 주변국에 파란을 몰고 올 것이다. 아베 정권은 역사를 부정하는 우경화된 민족주의의 족쇄를 스스로 풀고 역사를 교훈으로 삼는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