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4:31 (일)
복지와 안보 단순 이분법 곤란하다
복지와 안보 단순 이분법 곤란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3.01.03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가 새해 국방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정부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안보예산을 깎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복지예산 지출은 대폭 늘리고 안보예산은 경쟁적으로 깎았다”고 국회를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이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북한의 장사정포를 5분 안에 90%까지 파괴할 시스템(‘번개 사업’)을 비밀리에 개발한다는 군사정보를 공개했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2년 앞두고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등 ‘안보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복지예산을 늘리느라 국방예산을 줄이는 것은 잘못됐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사실 파악 및 인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1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국방예산은 34조 3천453억 원으로 정부요구안보다 2천898억 원 줄었다. 특히 전력증강 사업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차기전투기(F-X) 도입 1천300억 원, 대형공격헬기 도입 500억 원, K-2 전차 전력화 597억 원을 포함해 모두 4천9억 원 삭감됐다. 이로써 국방예산 대비 방위력 개선비 비율은 지난해 31.8%에서 29.5%로 떨어졌다. 군 관계자들은 예산이 삭감된 계속 사업들이 당장 중단되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나중에 여타 무기 도입 사업 등에 차질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초 국방부가 요구한 국방예산에는 시급하지 않거나 현실성이 없는 사업도 섞여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비용만 남기고 관련 예산 560억 원이 잘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도입 사업은 군 내부에서조차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또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따른 C4I(지휘통제체제) 성능 개선 사업비 260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국회에서 상부지휘구조 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애당초 현실성 없는 예산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방산업체나 무기 중개상의 요구 등을 고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예산 요구안에 허점이나 불필요한 요구는 없었는지부터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복지와 안보를 대립적으로 보는 단순 이분법적 인식은 문제가 있다. 당초 정부 요구안 중 복지예산은 전년보다 4조 5천억 원 많은 97조 1천억 원이었으나,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박근혜 복지예산’ 2조 4천억 원 등을 증액하면서 100조 원을 넘어섰다.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가운데 △0∼5세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사병월급 인상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에 필요한 증액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복지예산 증액보다는, 토목공사 중심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3천679억 원을 포함해 지역구 민원예산 5천574억 원이 마구잡이로 증액된 부분이 표적이었더라면 국방예산 삭감 비판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