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지난 대통령 선거 막판에 떠오른 최대 이슈 중의 하나였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이 인터넷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다는 등 조직적 낙선활동을 벌였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민주당이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 이 사건을 기획해냈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TV토론에서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만일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는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중대사건이라는데 양 진영의 의견은 일치했다.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국기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경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히는건 여전히 중요하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진실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듯 했다. 특히 대선 직전인 지난달 16일 밤 김씨의 컴퓨터 2대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댓글을 단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해 야당측으로부터 불법 선거개입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아이디와 닉네임 40개를 집중 검색한 결과 불법선거운동 여부를 살펴봐야 할 정황이 있다며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이제라도 이 사건과 관련한 진실을 한 점 의혹없이 밝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국가정보원이란 거대 권력기관을 상대로 경찰이 과연 성역없는 수사를 벌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압수수색 등의 수사가 미뤄져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수사 역량만으로 증거복원 등의 난제를 풀지도 미지수다. 한국 민주주의의 명예와 앞날을 위해서라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진상은 한 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