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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라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12.10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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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1980년에 설립돼 2010년 기준 매출액 90억 달러, 직원 수 1만 5천여 명에 북미와 영국 지역에 3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CEO인 존 메케이(John Mackey)의 업무 위임 방식은 독특하다. 마치 그림자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그가 회사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떻게 140명의 계산대 직원이 한 팀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거참,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큰 팀이라면 기본 운영 원칙에 혼선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요. 궁금하시다면 전화해서 물어보십시오. 장담하건대 그들은 분명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그 방식이 뭔지 나도 궁금하네요."

 완벽한 식품(Whole Foods), 완벽한 직원(Whole People), 완벽한 지구(Whole Planet)라는 기업 모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홀푸드마켓은 직원들을 전적으로(whole) 신뢰하며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심지어 팀원을 채용하는 것도 직원들의 몫이다.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다하는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 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게 된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자율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제인가? 자율인가?

 50여 년 전 MIT 경영대학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교수는 그의 유명한 저서 《기업의 인간적 측면(The Human Side of Enterprise)》을 통해 `X이론(Theory X)`과 `Y이론(Theory Y)`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가 정의한 X이론은 `직원들은 감독자의 통제를 받고 상벌 같은 외적 보상에 의해 동기가 부여될 때 열심히 일한다`는 인간관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Y이론은 `직원들은 자부심과 같은 적절한 내적 보상이 주어지면 자율적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굳이 맥그리거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더 이상 직원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직원들이 매사 리더의 통제에 따라 움직인다면 기계나 다름없다. 이러한 조직 분위기에서는 직원들은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되고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리더들이 권한을 독점할 경우 혁신 특히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리더가 그들의 낡은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을 바탕으로 조직의 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판단이 잘못될 경우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런 경우다.

 빌 게이츠 회장은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Chief Software Architect)`라는 직책에 있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그의 승인이 떨어져야 대단위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게이츠는 특정한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컴퓨터 중심, 상품 중심,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통 산업 고객들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프리즘이었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웹과 오픈 소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업계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을 때 후발 주자가 되는 비운을 맞았으며 지금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를 알면서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적응성이 뛰어난 조직을 구축할 수 없다. 소수의 리더가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따르게 하는 조직에서는 직원들의 열정과 역량을 끌어낼 수 없다는 말이다.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고 그들의 잠재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열쇠는 인센티브와 같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자율성`이다. 역량이 뛰어난 직원도 자율성을 상실한 채 위에서 떨어진 일이나 수동적으로 수행하면 그들의 능력은 금세 빛을 잃고 그저 윗사람의 입만 쳐다보는 `똑똑한 바보`가 되고 만다.

 직원들을 옭아맨 통제의 사슬을 끊어라. 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라. `넌 시키는 일이나 하라`며 모든 권한을 통제하면서 직원들의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직원들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업무를 통제하도록 만들 때 기업의 경쟁력은 기초가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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