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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무분별한 언어 절제해야
정치인 무분별한 언어 절제해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2.12.0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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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 본사 전무이사
 정치판은 어제 오늘이 다를 바 없다. 조선시대엔 하루 한 끼도 힘든 백성들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색당파 싸움으로 500년을 지샜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한국 정치의 서글픈 현주소다. 청년백수는 넘쳐나고 서민의 삶은 팍팍한데 정치인들은 쌈질에 막말과 망언이 일상이니 그러하다. 대선을 앞두고 표에 눈이 멀어서인지 저질 발언을 마구잡이로 쏟아 놓는다. 정치인들의 막말과 망언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아니라 정치 혐오증까지 부추길 정도로 거칠고 여ㆍ야가 따로 없다.

 저잣거리나 뒷골목 선술집에서 할 수 있는 저열한 막말을 마치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듯하는 정치인도 있다. 정치인들은 막말 습관이 몸에 밴 탓인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정치권 인사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인 스스로 단어선택과 표현방식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나 앞으로 모르고 지내도 될 부류로 여겨 “부끄러움은 잠시, 실리는 영원”이라고 믿고 있으니 당사자인 국민은 열 받지 않을 수 없다.

 튀는 발언과 옷차림으로 화제를 뿌린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영계 발언’ 역시 도를 넘기는 마찬가지다. 또 ‘영계’라는 단어의 성적인 함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회사에서 그런 표현을 자주 썼지만 문제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그의 잘못된 어휘사용을 지적하지 못하는 경직된 회사분위기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8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박XX 그년”이라는 글, “이민 가라”란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인혁당 논란 때 “배가 부른 모양이지”라고 비아냥거린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도 사전적 의미의 막말이거나 망언일 게다. 이어 앞서 1998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2005년 노무현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산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등도 이에 속한다.

 막말 프레이드에는 전 경남지사인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비난하는 과정에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홍어 X’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런 국민 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원색적인 막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홍어는 남도지방에서 나는 귀한 어종이지만 홍어 X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X”이란 말이 있다. 가격이 암컷의 10% 밖에 안 되는 수컷이 잡히면 어부들이 그 자리에서 수컷의 거시기를 발로 걷어차 버리거나 헐값 처분마저 손이 쉽지 않아 암컷처럼 보이게 하려고 수컷의 거시기를 싹둑 잘라내고 속여 팔은 것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팩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게 “홍어 X”이다.

 원색적인 막말을 한 김 의원에 대해 경남도민들은 말 잘하고 스킨쉽 좋은 전 경남지사란 것을 트레이드마크로 알고 있다. 이번 홍어파동을 겪으면서 그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전 경남지사임을 감안, 언행과 처신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울 수도, 바꿀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게 고향, 학력, 부모 형제다. 또 지난 경력도 그렇다. 그래서 도민들은 안타까워 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 하려면 자극적인 표현이 동원되는 경우도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그래도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것은 곤란하다. 막말 당사자들은 구설수에 휘말려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인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석할 수도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인은 말로 국민에게 호소를 하고 소통한다. 정치인치고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구변(口辯)이 좋다고 하여 달변, 웅변은 아니지 않은가. 좀 어눌하더라도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의 대표로서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고 부끄러움과 염치를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각자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감정의 과잉표출과 무분별한 언어사용을 최대한 절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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