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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매각… ‘시민의 힘’ 보여줄 때
KAI 매각… ‘시민의 힘’ 보여줄 때
  • 박명권 기자
  • 승인 2012.11.2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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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명 권 서부지역본부장
 KAI의 매각이 임박 함에 따라 업체와 사천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KAI 인수전에 뛰어든 대한항공이 지난 19일 부산시와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MOU를 체결하는 등 사천 시민의 마음을 불안케 했기 때문이다.

 정만규 사천시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한항공의 MOU 체결은 정부의 항공산업에 따른 지역별ㆍ기능별 발전계획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또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민수부분은 부산에 군수부분은 사천지역에 분리 운영해 KAI의 부실초래와 항공산업이 위축 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사천시민참여연대 또한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항공의 KAI 인수는 음모라며 규탄하고 응찰배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비행기 소음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읍ㆍ면지역의 주민들은 다른 반응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읍ㆍ면지역 주민들은 민영화에 따른 기대 심리가 높다. 이는 지금까지 KAI가 시민들에게 보여준 진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지난 1999년 12월 사천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시민들은 항공산업의 메카로 사천시 경제와 지역발전에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이들을 환영했다.

 그러나 현재 KAI를 바라보는 사천 시민들의 시선은 어떠한가.

 KAI가 사천의 하늘을 점령해 시민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 사천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KAI가 시민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의 태도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민 경제에 인색한 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시민들을 이용하려는 아주 그릇된 행동을 보여 온 것 또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특히 사천의 경제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닌 타 지역으로의 투자가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KAI는 지난 10월 사천이 아닌 산청군과 A320 날개하부구조물(WBP)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에 납품할 금액은 무려 12억 달러(1조 3천500억 원)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KAI는 자사의 논리만을 앞세운 채 시민을 외면하고 사천시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러한 외면과 대립 속에 KAI는 민영화에 따른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

 KAI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또 다시 시민들의 힘을 빌리며,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에 일부 단체 또한 KAI의 기득권을 대변하 듯 인수전에 뛰어든 대한항공이 부채비율이 높다는 등 KAI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정작 시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라면 KAI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천시 또한 뒷북행정으로 일관해 오다 대한항공과 부산시의 MOU체결을 빌미로 KAI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정만규 사천시장과 김홍경 KAI 사장은 항공산업의 중장기 발전방향 정립과 기술ㆍ정책적 지원 등을 위한 ‘사천시- KAI 협약식’을 체결하고, ‘사천시 항공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러한 협의회는 오래전부터 구성돼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야단 법석을 떨고 있는 KAI와 협약식을 체결한다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천시는 KAI의 입장을 대변하듯 KAI 민영화 반대를 위해 지역사회단체들을 선동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사천시의 대응 논리에 시민들은 적잖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민들의 반응은 고여 있는 물보다 흐르는 물을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이란 오래 동안 고여 있으면 썩듯이 사천읍ㆍ면 지역의 주민들은 KAI의 민영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단, 우수기업이 KAI를 인수하기를 한층 더 기대하고 있다. 물론 사천시 또한 큰 틀의 맥락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KAI의 민영화란 카드를 사천시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화두가 돼야 할 것이다.

 시민을 등에 업고 있는 사천시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이지 말고 유리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KAI가 민영화 된다 하더라도 인수전에 뛰어든 2곳 업체 또한 KAI처럼 시민을 우습게 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의 직장을 놓지 않으려는 KAI 또한 이번 계기로 시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어 하려는 KAI와 인수전에 뛰어든 대한항공, 현대중공업이 사천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찾는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

 자칫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듯’ 처럼 KAI 민영화에 따른 사천시가 바라고 있는 단초가 대한항공의 비난이란 굴레에 휩싸여 퇴색되고 망각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사천 시민의 권한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 했다.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 두고 후회 할 것이다.

 사천시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차분함 속에서 충분한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며 시민을 결집 시킬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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