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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메시지
안철수의 메시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2.11.2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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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본사 전무이사
 아름다운 사퇴, 멋진 패자(good loser)로 인해 정치권이 요동친다. “당신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등 충격과 감동의 글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쏟아진다. 벼랑 끝에 다다른 야권의 단일화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전격 사퇴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내달 19일 치러지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ㆍ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삼자택일에 비해 명료한 양자택일 구도다. 안 후보의 사퇴로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안개’가 걷힌 대선판은 이제부터 불을 뿜는 혈전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개인적인 삶의 궤적은 물론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이 극명하게 다른 후보라는 점에서 두 후보 간, 보수 대 진보의 진검 승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를 말할 때는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를 언급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각각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2002년 11월 22일,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선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TV토론을 벌였다. 당시 두 후보는 정책의 차이보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자질 검증에 치중했고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관과 재벌 2세의 정경유착 우려가 제기되는 등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열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TV토론도 어떠했는가. 후보들을 한자리에서 비교 검증할 기회란 점에서 기대했다. 간혹 까칠한 질문이 오갔지만 긴박함이 덜한 밋밋한 느낌이었다. TV토론 사회자의 평처럼 “처음과 끝을 단일화로 장식한 토론”이었지만 모범답안에 그쳤고 장점 내세우기였다.

 유권자에게 어떤 감동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토론은 그저 그랬고 단일화 협상도 마찬가지였지만 단일화 없는 각자의 완주는 대선 필패란 상황에서 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결단이 정치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의 전격사퇴를 두고 “안철수의 생각이 안철수의 눈물”이란 신종어가 벌써 나돌 정도다.

 2002년 당시, ‘페어 위너(fair winner 정당한 승자)’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굿 루저(good loser 멋진 패자)’란 말이 대세였다.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에 깨끗이 승복키로 한 정몽준 후보의 말이다. 하지만 투표 전날 밤 그것을 깨는 바람에 그는 ‘굿 루저’가 되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12년은 굿 루저(good loser 멋진 패자)의 눈물이 화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사퇴로 인해 단일화는 이뤄진 셈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아름다운 사퇴의 눈물도 흘렸다.

 새누리당은 단일화를 원칙도 명분도 없는 야합이라고 비난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단일화를 원하는 쪽이 더 많다. 사퇴로 이뤄진 지금의 단일화는 노무현ㆍ정몽준의 단일화, 이에 앞서 김대중ㆍ김종필과의 단일화와는 다르다. 사실상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 위력이 확인된 바 있지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정치 불신의 시대에 관심과 흥미를 더욱 유발케 해 선거 결과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결선투표란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또 다시 등장할 것이며 특정 정파가 구조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세를 불리기 위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는 불가피하다. 되풀이 되는 단일화가 바른길은 아니지만 우리 정치상황에서는 현실적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이후 변화의 바람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단일화 그 자체는 가능성의 확인일 뿐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장치는 아니다. 또 단일화에 대한 유권자의 감흥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새 정치는 반드시 성취돼야 할 시대적 과제란 메시지를 던졌다. 청춘 콘서트로 대선 판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12월 19일에 실시되는 이번 대선은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멋진 패자가 주창한 ‘새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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