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0:20 (금)
`베스트 피플`에 집착하지 마라
`베스트 피플`에 집착하지 마라
  • 곽숙철
  • 승인 2012.11.19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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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갓 MBA 학위를 딴 신입사원이 첫 출근을 하게 됐다.

 과장이 신입사원에게 말했다.

 "자, 우선 사무실 청소부터 해야 하니까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 바닥을 쓸어주세요."

 그러자 신입사원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과장님. 저는 MBA 출신입니다!"

 그러자 과장이 이렇게 말했다.

 "아 참, 자네는 MBA 출신이지. 그럼 내가 빗자루질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가르쳐주겠네."

 한때 인재는 최고의 학력과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여겼다. 이른바 `베스트 피플(best people)`이라 불리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기업마다 이런 인재를 채용하려는 경쟁이 일어나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인재상이 최근 허물어지고 있다. 그들은 베스트 피플일 뿐 자신의 조직에 적합한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단식`이라는 책을 쓴 일본 와세다대학 MBA 엔도 이사오(遠藤功) 교수는 `현장경영을 소홀히 한 채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해 공부하는 MBA(Managed by Analysis: 분석에 의존한 경영)에 의존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실패했다며 베스트 피플 지향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쓰러져가던 회사를 구원하기 위해 2001년 GM의 부회장으로 복귀한 밥 루츠(Bob Lutz) 또한 자신이 쓴 책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를 통해 GM을 포함한 많은 미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이유는 `똑똑한 체하는 MBA 출신들의 숫자놀음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은 경영 행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라이트 피플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이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천재는 훌륭한 경영팀을 구축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유는 단순하다. 훌륭한 경영팀이 필요 없기 때문이고, 종종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변환에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GE는 이러한 라이트 피플 중심의 인재관리를 잘하고 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GE의 인재평가 기준은 가치관(Value)과 실적(Performance)의 두 축으로 이뤄져 있는데, 두 축 모두 우수한 직원은 GE의 미래를 끌고 갈 인재로 보고 적극적으로 리더를 육성한다. 또 실적은 낮지만 가치관이 높은 직원은 발전의 기회를 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 가치관이 낮은데도 실적이 높은 직원과 둘 다 낮은 직원의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능력이 있어도 태도가 좋지 못하면 결국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직원을 채용할 때 업무 능력보다 태도를 중시한다. 업무는 입사한 다음에 배우면 되지만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MBA 학위가 있다는 이유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설사 채용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들의 조직문화와 맞기 때문이지 학위 때문이 아니다. 이런 인재의 채용을 위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직원의 추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보다 그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창업 이래 40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 항공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유나이티드 항공, 아메리카 웨스트 항공, 유에스 에어와 같은 경쟁사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기법을 모방하려고 많은 애를 썼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이유이다. 그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직원들의 태도를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었던 까닭이다.

 베스트 피플에 집착하지 말고 라이트 피플 중심의 인재관리를 지향하라. 짐 콜린스의 말했듯이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 적합한 사람들은 빡빡하게 관리할 필요도, 해고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내적 동력에 따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최선의 성과를 일궈 내며 뭔가 큰일을 창조하는 한 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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