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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스트 경남도의원’ 공개하라
‘워스트 경남도의원’ 공개하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2.11.04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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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도의회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쇄신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여론조사로 선정한 ‘베스트(best), 워스트(worst) 도의원’을 발표한 후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집단을 대상으로 베스트, 워스트 의원을 선정한 것 자체가 워스트를 겨냥한 여론 방망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감을 받는 것은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의 이번 조사가 시의적절하고 선정기준이 합당한데 있다. 집행부에 대한 송곳 같은 질의와 질타는 감내할 수 있지만 의결기관이란 직위가 인격을 모독하는 등 우월적 직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업무와는 상관 없는 인격모독이 그 원인임이 드러난 이상 시정돼야 하고 공개돼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란 긍정적 측면에서 그러하고 그 방점은 워스트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한몫 했을 것이다. 200가지의 특권을 누린다는 국회의원들, 국민의 삶은 팍팍한데 정쟁(政爭)으로 허송세월하다가도 세비나 지원금 인상, 종신연금지급 등에는 뜻이 맞으니 국민이 정치권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지난해 총선 전, 연금 등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겠다고 한 게 생생한데 그들만 까마귀인지 헌신짝처럼 날아가 버렸다. 정치 불신이란 게 그들의 짓거리에서 파생된 게 아는가. 그래서 인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정치쇄신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민의 가슴팍이 허탈한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20년도 지역사회와 지역민의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밥그릇 챙기기, 브레이크 없는 행동 등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경남도의회 전문위원 선정과정의 논란과 지방의원들이 요구하는 보좌관제 신설, 인사권 요구, 후원회 주장 등 특권만 누리려는 것은 국회를 뺨칠 정도로 쏙 빼닮았다. 출발이 무보수 명예직임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경남도 등 3개 광역의회와 서울 강서구, 경북 김천시, 전북 전주시 등 6개 기초의회를 대상으로 2010년 6월~2012년 6월 2년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게 도화선이 됐을 수도 있다.

 그 실태는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생활비 등 사적인 용도로 쓰는 등 법인카드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니 이들에게 도대체 공인의식이라는 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족식사, 모친의 생일잔치비용에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매상을 올리려고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를 사용, 의원직이 가족을 위한 위장취업 자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방의회 예산도 눈먼 돈인지 가족입원 위로금 등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사례도 있다. 업자들의 향응접대와 로비의혹도 제기되는 등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또한 ‘낙제점’이다. 의장단 선출 때면 등원거부가 일쑤고 예산안 심의 때는 합목적성은 뒷전인 채 평시관계가 관건이란 지적도 있다. 부당하게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반드시 환수돼야 하고 부패 의혹이 있는 의원은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업무추진비의 세세한 집행기준과 함께 집행내역의 공개도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비리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해 다시는 지방선거판을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워스트 경남도의원은 공개돼야 한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도의원 개인의 명예와 관련되는 민감한 사안으로 워스트 의원에 대해 공개는 하지 않고 의원개인에게는 비공개로 전달키로 했다지만 선정이 합당했다면 공개가 원칙이다. 워스트도의원이 누굴까에 점쳐지는 논란이 증폭되고 도정을 똑 바로 견제하라고 선출한 도민을 욕되게 한 것이 이유다.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지난 지금도 왜 지방의회 무용론이 잦아들지 않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또 이 와중에 회기 때 예산삭감 등으로 ‘손 본다’는 복도통신도 들린다니 기찰 노릇이다. 어떻게 손볼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내실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과 도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도의회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것이 베스트 도의원이고 경남도민의 바람 아닌가. 베스트와 워스트가 공존하지 않는 경남도의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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