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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연
슬픈 인연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2.10.2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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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본사 전무이사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는 다 자란 뒤에 늙어 거동이 불편한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날아다 먹인다고 한다. 미물인 새가 이러한데 소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모습은 어떤가. 경남발전연구원이 9월말 현재 경남의 노인 학대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전년(171건) 대비 19.3% 늘어난 204건이며 증가추세라 한다. 그 원인은 뚜렷한 하나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부양부담 등 결국 경제적 어려움이 중복돼 나타나는 경향이 가장 많았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54%(114명)로 가장 많고 딸, 며느리 등 사실상 친족에 의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신고된 것으로 드러나지 않은 노인 학대를 감안하면 사실상 현대판 고려장이나 다를 바 없다.

 노인 자살률도 10만 명당 81.9명으로 OECD국가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일본(17.9명)의 4배, 미국(14.5명)의 5배가 넘고, 우리나라 전체 평균(33.5명)보다도 2.4배나 높은 수치다. 이유는 고독과 생활고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다. 무엇인가 이들을 돌봐주고 보살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뼈 빠지게 일해 자식들을 옥이야 금이야 키워줬으나 실제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니 무위도식 하는 사람으로 취급, 자식들도 부모를 외면한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500만 명을 넘고 있다. 인구 10명당 1명이다. 2050년에는 38.2%로 선진국 평균 26.2%보다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인구 역시 지금보다 641만 명이 줄어 노동인구 한 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할 판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인데 그 누구도 이것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국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시간이 각각 94년과 36년인 반면 한국은 26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는 OECD의 경고다. 이 와중에 노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불투명하니 더욱 문제다. 노인이라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어떤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 오직 나이 하나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닌가.

 한국의 고령층 빈곤 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자립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일깨워주는 국제사회의 뼈아픈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 부족이 원인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관습이나 제도가 급속하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사회안전망 밖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 구조의 빠른 변화와 이를 시의 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한 정책의 미스 매치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노인들은 자연히 설 땅을 잃고 만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사회적 관심, 부양부담 지원확대,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증가하는 구조로 급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노인복지가 타 복지에 앞서 1순위여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요구된다. 또 정부는 고령층 대상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등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노인 고용시장 확대 등 일하는 복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노인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들을 수용하는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살펴야 한다.

 자녀와 국가ㆍ사회는 과연 무엇인가에 논하기에 앞서 노인문제를 가정에만 맡겨둘 때는 지났다. 바로 우리의 내일이 노인 아닌가.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지구에서 꼭 가져가야 할 제일의 문화는 한국의 효(孝)문화”라며 아널드 토인비가 부러워했던 우리의 독보적인 문화이자 전통이었다. 부모 자식 간의 연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슬픈 인연’이 돼서야 까마귀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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