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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도는 김해 인근에서 만들어진게 분명해요"
"옛 이도는 김해 인근에서 만들어진게 분명해요"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2.09.2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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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사기장 소남 임만재 (정호가마 운영)

 

▲ 소정호
 특정 지역 한 가마에서 생산… 의도를 갖고 만든 제기인 듯
 14살 때 물레 돌리기에 매료
"평생 종교처럼 이도 빚을 것"
`나의 그릇` 만드는데 평생 주력

 

 "옛 이도차완(정호다완ㆍ井戶茶碗)은 김해를 중심으로 동부 경남에서 만들어 진게 분명합니다." 16세기 중반 조선에서 만들어진 그릇 수십 점이 일본 차인(茶人)들에게 이도차완으로 불리며 일본 제일급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중 일본 교토 다이도쿠샤 고호안에 소장돼 있는 `기자에몬이도`는 일본 국보다. 일본 차인들은 죽기 전에 이 이도차완을 한번 참배하는 걸 소원으로 삼고 있다.

▲ 임만재 사기장
 1998년 김해시 한림면 퇴래리에서 정호(井戶)가마를 연 임만재(43) 사기장.
 옛 이도를 재현하는 게 아닌  `나의 이도` `김해 이도`를 구현하는 임 사기장은 평생 이도 작업을 종교처럼 삼고 있다. 임 사기장은 14살 때 김해요업에서 장작 패는 사람을 구해 그곳에서 물레 돌리는 기술자들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됐다. 그 후 그는 기술자들이 퇴근을 하면 그 자리에서 그릇 만드는 연습을 했다. 집에 돌아와 누우면 천장에서 물레 돌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만큼 그는 흙과 궁합이 맞았다.
 그는 밤늦게까지 물레를 돌리며 그릇 만드는 연습을 하고도 다음날 남들보다 일찍 가서 또 연습을 했다. 연습을 한 물레 주위를 깨끗이 청소를 했지만 사용한 흔적이 남아 기술자들에게 물벼락을 여러 차례 맞기도 했다. 그래도 물레 돌리는 일이 너무도 기뻤다.
 임 사기장은 18살 때 각혈이 심해 입원을 해 폐를 절제했지만 도자기를 향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걸어 다닐 수만 있다면 도자기를 만든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8살 때부터 물레 대장을 했다. 20살 때 밀양에서 가스 가마를 연 적이 있지만 그후 10년 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레 대장을 했다.
 오랫동안 남의집살이를 하는 중에 어느날 한 가마 주인이 사발을 건네주며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그 당시 항아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쉽게 사발을 흉내낼 줄 알았다. 임 사기장이 그때 보고도 못 만든 그릇이 이도사발이다. 그때부터 그는 이도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이도의 형태를 좇고 다음에는 질감을 좇았지만 결국 `자기 이도`를 추구하게 됐다.
 그는 일본 이도차완이 조선에서 막사발로 사용되었는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도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사발이 분명합니다. 무속신앙 등의 종교행위에 쓰인 제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까지 20여 년간 이도를 만들면서 옛 이도차완은 무작위적인 작업에서 나온 것이 아닌 의도되어 특별히 제작된 그릇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또한 "이도가 흔히 사용된 막사발이었다면 여러 지역에서 많은 양이 발굴됐을 텐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정 지역의 한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지금까지 보아 온 모든 옛 이도에는 한 사람의 솜씨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정호
 지금까지 김해에서 이도를 가마에서 구워 내면서 그는 옛 이도가 이 인근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김해 인근에서 흙을 구해 사용했을 것라는 생각이 같은 흙을 사용해 이도를 만드는 도예가만 느끼는 동질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에게서 이도를 만드는 작업은 구도의 길과 흡사하다. 그는 물레에서 이도를 빚을 때는 오전 2시간만 공방에 머문다. 가장 기력이 왕성하고 고요한 중에 작업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고의 기술력에서 자연미가 나온다고 믿는다. 특히 이도사발을 작업할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이도를 친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완벽한 기술 속에서 자유분방함이 곁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이도를 보면 기운이 느껴져야 합니다" 그는 "내면의 깊은 울림이 손끝에 전달돼야 이도의 허리선에 부드러운 손자국을 만들어지고 깊은 기품이 흐르게 된다"고 찻사발을 들어 마시면서 말했다.
 한 가마에 이도사발 60여 점을 넣고 불을 지피면 눈에 띄는 그릇은 1~2점 정도라고 한다. 이도의 완성도를 100점으로 보고 자신의 현재 작품의 점수를 매기라는 질문에 "아직 10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는 "평생 이도에 정진할 것이다"고 간결하게 말했다.
 "이도는 멍청하지만 똑똑해 보이고, 풀린 것 같지만 꽉 쪼여진 느낌을 주고, 절제된 자유로움을 풍깁니다." 임 사기장이 20여 년 이도를 주물린 손이 주는 가르침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도를 빚기는 어렵다. 하지만 행복한 작업이다"는 그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유로움 속에서 완벽한 기술이 묻은 손끝으로 `자기 이도`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임 사기장은 지난 9월 11일부터 오는 12월 2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현역 작가 초대전인 `기(器), 세상을 채우다` 를 열고 있다. 그곳에서 임 사기장의 찻사발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류한열 기자>

 

 

임만재 사기장 수상경력

 

 

 

2004년 06월 제2회 전국차도구공모전 대상. (사.한국공예디자인협회)
2008년 05월 제5회 전국찻사발공모대전 대상. (문경시)
        07월 제3회 경남찻사발초대전 으뜸상 (경상남도)
2009년 06월 제4회 국제다구디자인공모전 대상. (문광부장관상)
2010년 05월 제3회 한국명다기품평대회 대상. (한국차인연합회)

글쓴이: 환빛 이병도 서예가(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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