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를 공개 사과하기까지 딸인 박 후보는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한 데서 그런 번민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번 공개사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공인인 ‘새누리당 대선후보’로서 과거사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아버지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 셈이다.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번 사과로 박 후보는 부친이 집권했던 1960∼70년대의 프레임에 갇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다시 권위주의적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국민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박 후보의 사과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를 타개하고자 마지못해 사과한 듯한 느낌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엎드려 절받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고서 ‘국민대통합 행보’에 들어갔을 때 이런 전향적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회견 직후 이정현 공보단장은 “대선후보로서 진솔한 사과와 더불어 자신의 진정성을 공식 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어떤 후속조치를 통해 그 진정성을 뒷받침할 것인지가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 후속조치를 취할 것임을 약속했다. 박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렵게 사과했다면 그 후속조치도 ‘통 크게’ 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