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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소, 수용소 아닌거 맞죠?
유기동물보호소, 수용소 아닌거 맞죠?
  • 이정선
  • 승인 2012.09.06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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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자 이정선
 얼마 전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거센 바람이 불어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봉사자들이 룏길천사룑라고 부르는 유기동물들도 태풍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창원유기동물보호소는 워낙 유기동물의 숫자가 많아 견사에 모든 길천사들을 수용하기가 힘든 탓에 좁은 마당에 천막을 치고 몇 개의 케이지에 분산 수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력한 태풍이 오자, 마당에 있던 길천사들은 견사 안의 좁디좁은 케이지에서 많게는 7~8마리가 함께 생활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일부는 견사와 같은 보호소 시설이 아닌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컴컴한 창고에 수용됐다.

 통합창원시에는 마산과 진해, 그리고 창원 세 지역에서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마산은 2008년에 2억 원을, 진해는 2010년에 2억 원의 시 예산을 들여 보호소를 새로 지었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두 곳의 보호소는 전문 사육실, 진료실, 격리실, 창고 등을 갖춘 보호소를 짓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유기동물을 보살필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유기동물에 대한 애정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이 두 곳의 시설이나 관리에 있어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창원의 실태를 보면 이 두 곳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창원은 유기동물 발생율이 세 군데 지역 중에서도 가장 높다. 유기견만 보더라도 2011년에 창원은 663마리, 마산은 388마리, 진해는 281마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시설은 유기견 발생비율에 못 따라갈 뿐더러, 기본적인 운영에서조차 동물보호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창원유기동물보호소는 격리실이나 진료실은 커녕 기본적인 견사조차 열악하기 짝이 없다. 녹슨 케이지, 냉ㆍ난방 시설조차 없는 좁은 견사, 몸 하나 겨우 눕힐 만한 좁은 공간에서 생명 유지 위한 최소한의 운동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엔 한 케이지 내 적정 두수를 초과한 과수용에 서로가 서로를 물어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고 했다.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 그것도 강제수용소가 연상될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봉사자들이 오물에 찌든 길천사들을 목욕시키려고 해도 기본적인 전기시설조차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헤어드라이어 몇 개만 동시에 꽂아도 전기가 나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애견미용학원에서 미용봉사를 와도 전기시설의 문제로 봉사자를 되돌려 보내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기본적인 보호소 시설은 또 어떤가.

 격리실 조차 없어 아픈 유기동물이 있으면 창고와 마당을 전전하다가 결국 견사에 억지로 집어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집단적인 전염병이 발생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들은 대부분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경우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는 피부병이나 골절, 각종 바이러스 감염 등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봉사자들의 자원봉사와 수의사 선생님들의 협력을 통해 길천사들의 치료와 입양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든 길천사들이 이런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보호시설은 매우 중요하다.

 질병의 격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오히려 전염병의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고, 보다 나은 상태로 입양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창원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길천사들의 기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이 아쉽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도 자원봉사자들과 창원농업기술센터의 담당 직원들은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보호소를 지향하며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안락사가 아니더라도 창원유기동물보호소 시설의 형편은 길천사들의 삶을 더이상 이어나가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창원시의 로고는 파랑색, 주황색, 녹색의 3개 바람개비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 녹색은 생명과 균형을 뜻한다고 한다. 하지만 창원유기동물보호소의 실태를 보자면 창원시는 3개의 바람개비 중 녹색은 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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