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풀잎 학생이 벌떡 몸을 일으키면서 문희정을 난폭하게 자신의 옆으로 쓰러뜨렸다.

“안 돼! 풀잎 학생! 당장 비키라구!”

너무도 상상을 초월한 상황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뿌리치며 소리쳤지만, 이미 미쳐버린 젊음의 불길엔 오히려 휘발유를 뿌린 역효과를 자초했다고나 할까?

“벌써부터 이런 꿈을 꿨다구요! 누나와 제가 사랑에 미쳐버리는…….”

세상에서 배우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남녀의 섹스 행위가 아닐까? 암튼 그녀와 그는 넘어선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미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처절한 몸짓을 고조시켰다. 그래서 이제 그녀가 리드하는 섹스는 격렬하다기보다, 금강산에서 포수의 총을 맞은 노루의 상처를 보듬듯이 조심스럽고도 정성을 다한 애무로부터 시작되었다.

“풀잎! 넌 가만있어! 내가 바람이 되어 줄게.”

문희정은 이런 속삭임과 함께 방금 태어난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는 어미 소처럼, 지난 날 그녀가 뭇 사내들과 경험한 현란한 솜씨로 아직은 미숙한 그의 성에 대한 극치를 향해 가르쳐 주었다.

“아아!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시위 현장에서 최류탄과 곤봉 세례를 받을 때처럼 저의 영혼까지 불타버리는 느낌이에요.”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몸을 뒤틀었고, 문희정의 손길에 이끌어진 그의 남성은 그녀의 안에서 한껏 부풀어 더욱 깊게 도달하고자 안간힘을 써댔다.

“그래, 바로 풀잎과 같은 학생들이 그런 만용을 부릴 때, 이에 골치 썩던 사람들도 지금처럼 나한테 이렇게 매달렸어!”

“네에? 그게 무슨 소리죠?”

“아, 아무 것도 아냐! 어서 좀더……!”

그녀는 황급히 말꼬리를 돌리고 두 팔을 뻗어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으로 그의 엉덩이를 찍어 그녀의 중심으로 끌어당겼다.

“아악! 독재 타도! 차라리! 날 죽여라!”

그가 이런 생뚱맞은 절규를 외치더니, 다음 순간 일정시대의 독립군이 생채실험 주사라도 맞은 듯 온몸에 심한 경련과 함께 간헐적인 발작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녀는 그토록 수많은 사내를 겪을 때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불화살을 맞은 감각을 느끼고 아득한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누나! 배고파! 나 밥 좀 줘 엉.”

그때부터 풀잎은 갑자기 키가 클 무렵의 아이로 변한 듯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댔고, 그와 함께 상처의 부위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자 이번엔 대낮에도 업소의 출입문을 닫아걸며 호소하듯 그녀에게 건네 왔다.

“누나! 아무래도 짭새(경찰)가 눈치 챈 것 같아요. 당분간 휴업하면 안돼요?”

“뭐? 그럼 풀잎 학생이 보상할거야?”

농담 삼아 그녀가 묻자 그가 당장 승낙하고 나섰다.

“그럼요! 우리 아빠 통장의 비밀번호를 제가 알걸랑요.”

“풀잎이 진짜 잡혀가려구?”

“에이! 누나! 그럼 ‘선녀와 나무꾼’ 놀이는 어때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초등학교 학예회 때 제가 나무꾼을 했걸랑요. 자! 그럼 연극 시작할까요?” 하더니 풀잎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옷을 훨훨 벗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런 대사를 아주 혼신의 연기력을 발휘하여 쏟아냈다.

“나의 사랑 선녀! 난 안다구! 당신이 아기를 셋 낳아야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근데 아직 뱃속에 첫 아기도 갖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그는 홀 안의 소파에 그녀를 눕히고 본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조명으로 어둠침침한 실내는 금강산의 인테리어로 해서 마치 무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때 그녀와 그는 정말로 ‘선녀와 나무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