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2:08 (금)
흡연에 대한 불편한 추억
흡연에 대한 불편한 추억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2.07.30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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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편집부국장
 군대 이야기는 묘하게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베리칩를 심어 유전자를 조작한 것도 아닌데,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에게 군대 이야기는 신날 수밖에 없다. 특히 술좌석에서는 더 그렇다. 훈련소에서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웠던 전설 같은 실화도 있다. 매달 담배 15갑을 보급 받으면 ‘생명’처럼 아껴 피웠다. 한 달이 다 차기 전에 담배가 떨어지면 버려진 꽁초를 찾아 피우는 민망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1980년대 초에 군대 생활을 한 기자는 담배에 대한 불편한 추억이 있다. 그 당시 내무반에서 담배는 아무나 피울 수 없었다. 상병 말이나 병장이 돼야 폼을 잡고 입을 씰룩거렸다. 병장 계급장을 가슴에 달고 내부반에서 얼마나 담배 연기를 뿜어 댔는지 모른다. 특히 오후 취침 시간에 밀폐된 내무반에서 잠자는 전우들의 머리맡에 ‘독소’을 쏟아냈다. 하기야 ‘신분 상승’의 특권인 내무반 흡연을 그 당시에 멈춘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 졸병들에게 간혹 미안한 감정이 일어난다. 요즘 담배를 끊고 흡연자들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담배연기 공격에 괴로워 할 때는 그 전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또렷해 진다.

 경남도와 시ㆍ군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례와 시행규칙까지 만들어 놓고도 흡연자 반발 등을 우려해 단속에 엉거주춤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공원과 특정 거리에서의 흡연행위 단속에 들어갔지만 도내 지자체들은 아직 공공장소 흡연 단속에는 시기상조라고 망설이며 ‘연기’만 피우고 있다. 도내 비흡연자들은 서울의 단속 소식을 듣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흡연 단속을 요구하기도 한단다. 통영시와 하동군은 금연구역 흡연단속 시행규칙까지 만들고 시행일이 지났는데도 과태료 부과는 손을 놓고 있다. 홍보와 계도는 하고 있다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과태료는 경남도 조례에서 10만 원 이하로 정해졌고 시행규칙에서는 3만 원으로 낮아졌다. 여하튼 단속의 칼을 빼지 못하고 흡연자의 눈치만 보는 꼴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상생’할 수가 없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며 지나가는 흡연자의 뒤를 따라가는 비흡연자는 고통스럽다. 흡연자의 담배 피우는 즐거움을 빼앗자는 게 아니고 한쪽이 기쁘면 다른 쪽이 괴로운 게 문제다. 며칠 전 목격한 ‘사건’이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흡연자가 자신의 담배 피울 특권을 마음껏 행사했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자 모두 그 자리를 떴다. 아무리 열린 공간이라도 비흡연자에게 담배 연기를 마시게 하는 건 고문이다.

 군 생활에서 담배를 꼬나물면 더디 가는 시간에 재를 뿌릴 수 있었고, 남정네들이 모여 만드는 정을 도탑게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비흡연자를 배려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입장이 바뀌어 이 세상에 널려있는 흡연자들에게 감히 먼저 비흡연자를 배려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껄끄럽더라도 길거리 금연조례를 제정한 경남도가 하루속히 단속에 나서기를 바란다. 흡연에 대한 불편한 추억이 이제와서 고통일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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