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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그 까짓 거”… “아뇨, 경제의 독”
“짝퉁 그 까짓 거”… “아뇨, 경제의 독”
  • 신영희
  • 승인 2012.05.2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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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영 희(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 부산지부장
 ‘도대체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 월급을 탈탈 털어 100∼200만 원이 넘는 명품 핸드백, 구두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고 싶어 한다. 고가품에 자신을 투사해 남의 눈에 잘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이다. 명품 소비는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일반 상품과 달리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며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쌀수록 더 많은 구매를 하게 되는 이른바 ‘베블렌 효과’이다.

 상류층은 부와 지위를 뽐내기 위해 명품을 사고, 중산층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구매에 나서고, 다시 상류층은 중산층과의 차별을 위해 더 비싼 명품을 찾는 잘못된 소비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명품시장은 90년대 중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국내에 널리 퍼져있는 상태이다.

 소비에 대한 인식도 확연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에 투자했다면 요즘은 미래보다 지금 당장 소비해 만족을 느끼는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현재를 즐기고 충실히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20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힘들게 모은 월급을 저축하는 대신 비싼 핸드백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지난 2011년 6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흥미롭다. 위조 상품을 구입하는 동기에 대한 질문에, ‘명품은 갖고 싶은데 비싸니까’로 응답한 응답자가 34.1%, ‘마음에 들어서’가 22.0%, ‘과시하고픈 생각에’17.2%로 나타났다.

 명품 소비량이 급증하고 소비의 양극화도 심화됨에 따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층에서는 위조 상품이라도 구매해 대리만족하려는 행태로 해석된다.

 명품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모조품인 짝퉁시장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으며, 제작ㆍ유통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짝퉁의 품목도 기존의 명품가방과 의류, 화장품, 책, DVD 등에서 최근에는 의약품,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그 범위가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내에 유통된 위조 상품은 2만 8천여 점이며, 유통사범 139명이 형사입건 됐다.

 관세청, 특허청, 검찰청 등 관계 기관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위조 상품을 근절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위조 상품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전환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다.

 ‘짝퉁, 그 까짓 꺼 뭐 어때서?’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짝퉁은 경제의 독’이라는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위조 상품은 개인 소비자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나라의 시장 경쟁력 근간이 되는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소비자의 윤리교육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민ㆍ관이 하나돼 위조 상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한 사람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왜, 어떻게 시장을 붕괴시키는지’를 중점 교육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동참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 규칙을 준수하고 윤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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