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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벤치마킹하라
제대로 벤치마킹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03.2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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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사오정은 우중충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도배를 새로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벽지를 얼마나 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민한 끝에 옆 아파트의 평수가 비슷한 집에 살고 있는 저팔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팔계야, 저번에 도배할 때 벽지 몇 개나 샀니?" "응, 그때 열두 롤을 샀어." 사오정은 저팔계의 말을 믿고 벽지 열두 롤을 사서 도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다 하고 나니 벽지 두 롤이 남는 것이었다. 사오정은 저팔계에게 가서 따지듯이 물었다. "야, 벽지가 두 롤이 남잖아!" 그러자, 저팔계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나도 그랬어."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배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고 한다. 벤치마킹은 실패의 확률을 낮추고 일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를 비롯한 많은 경영자들이 벤치마킹을 즐겼는데, 그 가운데서도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벤치마킹을 잘하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시골의 작은 양복점을 가업으로 물려 받아 25년 만에 일본 최고 갑부 자리에 오른 그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월마트에서는 경영시스템을, 맥도널드에서는 표준화를, 러버메이드에서는 상품개발을, 막스앤스펜서에서는 품질관리를, 세븐일레븐에서는 정보시스템을, 홈데포에서는 인재교육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미래개발력을 배우고 싶다."  남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탁월한 벤치마킹 능력, 이것이 바로 유니클로를 일본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회사로 만든 비결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성공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위 이야기 속의 사오정처럼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 모방하기 때문이다. 그 베스트 프랙티스가 왜 성공을 거뒀는지, 다른 곳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따져 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베끼려고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벤치마킹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과 이슈를 중점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그들이 왜 실패했고 왜 성공했는가? 그들의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 그들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이 실패했어도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찾고, 그들이 성공했어도 우리가 실패할 가능성을 찾는 것이 벤치마킹의 진정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소위 일류기업이라 불리는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역사는 성공한 자만을 기억한다. 기업의 역사에서도 성공한 기업만 알려지고 기억된다. 그래서 `GE가 했으니, 삼성이 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식으로 타사의 성공 경험을 별 생각 없이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조건과 맥락 하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는지를 먼저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강조하듯이 `그러한 성공요소가 우리 회사의 미래에도 과연 유효한가?`를 평가하는 일이다.
 셋째,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벤치마킹을 100% 신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른 회사가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으며, 또 그들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성공의 열쇠가 우리에게 결핍돼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얽매여서도 곤란하다.
 경영자들이 벤치마킹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영역이 비슷한 타사가 먼저 경험한 것을 참고하면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의 중요한 판단 수준으로 벤치마킹을 실시한다면 곤란하다. 벤치마킹의 결과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우리 회사와 타사가 고객, 제품, 인력 등의 경영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벤치마킹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결과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창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살피고, 그것을 자사의 현실에 맞게 적절히 가공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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