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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잘 타는 아이
봄을 잘 타는 아이
  • 김은주
  • 승인 2012.02.16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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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은 주코모코한의원 원장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들 유빈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주희경(38) 씨는 봄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이제 곧 3월이면 학교에 입학해 또래들과 공부를 하게 되는데, 유빈이가 평소 봄만 되면 무기력해하고 쉽게 지치는 등 소위 말하는 `봄을 잘 타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봄을 타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주변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아이들 보약은 원래 봄에 먹이는 것이라고 해서 한의원을 찾았다. 평소 감기를 달고 살고 비염 증상도 있는 유빈이를 위해 비염을 치료하면서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을 처방 받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아이들의 신체적 성장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져 적응과정이 어른에 비해 민감하게 나타난다. 특히 사무실이나 방 안 등 계속 실내에서 생활하는 직장인, 노인들과 달리 아이들은 봄이 되면 놀이터나 학교운동장 등 야외로 나가 신나게 놀기 때문에 어른들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의 변화가 클 수밖에 없고, 이것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기에 봄을 더 타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아이들에게 봄은 생명력과 신진대사가 왕성한 `소양지기(素養志氣)`의 시기에 해당된다. 이는 인체 장부 중 간(肝)의 기능이 가장 활발히 발현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간 기능 저하 상태도 쉽게 야기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즉, 어른에 비해 간 기능이 활발하지만 그만큼 간 기능이 허약해지기도 쉬워서 봄을 더 잘 타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즉 계절이 변화하는 시점인 환절기에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성인들도 감기 등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시달리다 보면 쉽게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만약 감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염ㆍ축농증으로 이어지게 되면 식욕이 감퇴돼 영양공급이 떨어지고 숙면을 방해해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게 된다. 단순히 질환에서 그치지 않고 성장에 지장을 준다는 의미이다. 또 구강호흡을 하게 되면 안면근육이 쳐지고 치아의 부정교합이 발생하게 돼 급기야 멍해 보이는 아데노이드형 얼굴(돌출입)을 가지게 된다. 결국 아이들에게 있어서 면역력은 감기, 비염ㆍ축농증은 물론 성장과도 관련이 있어 중요하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면역력이 약하다.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력은 6개월이면 없어지고, 성인과 같은 면역체계는 사춘기가 돼서야 완성된다. 이 때 보약이 자연치유력과 생명력을 강화시킴으로써 면역력을 증강하는 역할을 해 잔병치레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부족한 것이 있거나 하면, 그만큼 성장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보약을 먹이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도우며 나아가 평생 건강의 기틀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서 볼 때 봄은 유치원이나 상급 학교에 입학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때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그로 인한 부담감이 가중돼 어려움을 겪게 되고 예민해져 바짝 긴장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봄이 시작되는 이 맘 때면 소아나 청소년들이 불편증상을 개선하거나 건강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아이가 낮잠을 자주 자려 하고 평소보다 잠자는 시간이 길거나, 바른 자세로 앉지 못하고 자꾸 어딘가 기대려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증상과 함께 쉽게 짜증을 내고 피곤해하고, 잘 먹던 아이가 2주 이상 밥을 잘 먹지 않거나 감기가 2주 이상 오래가거나 혹은 콧물ㆍ코막힘ㆍ재채기 등 비염ㆍ축농증 증상을 보인다면 아이에게 맞는 한약 처방으로 면역력과 기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우선적으로 급하게 치료해야 할 심각한 질환이 없는 아이라면 봄과 가을이 보약을 복용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특히, 봄은 모든 생물이 왕성한 성장을 하는 계절인 것처럼, 아이의 성장을 돕기에 최적의 시기이고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힘 또한 봄에 미리 길러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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