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식 부산시장이 교환근무로 경남지사가 된 후 경남도 간부들에게 “부산과 경남은 한 뿌리며 두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가 필요하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오늘 교환근무는 상대방의 고충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안인 남강댐 물 부산공급, 신공항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사만 전했을 뿐 경남도청 간부들의 이의가 잇따르자 말꼬리를 잘랐다. 일방적 전달일 뿐 소통이란 없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말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행동은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이유다. 감동을 주려면 진실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었다. 신공항의 경우 경남과 부산은 이미 딴 꿈을 꾸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국가 장기 공항계획에 포함되도록 공동 노력한 뒤 장소는 밀양이든, 가덕도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균형발전을 기조로 한 발언이다. 하지만 부산은 대구ㆍ경북ㆍ울산, 호남권 등이 바라는 밀양은 뒷전인 채 가덕도였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각 지역에서 똑같이 편리하게 (신공항) 위치를 찾는 것은 힘들며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은 불편을 겪기도 한다”며 “1년 전(백지화)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이란 말인가.
또 남강댐 물 공급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남강댐은 쏙 뺀 채 경남 창녕지역에 대규모 강변여과수를 개발, 부산까지 이송하려는 사업을 놓고 경남에서는 결국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형송수관을 창녕까지 연결한 후 남강댐까지 잇는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창녕 등 지역민들은 집단반발에 나서는 등 폭발직전이다.
강변여과수 개발 때는 상수도보호구역 지정으로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지역개발이 제한당하기 때문이다.
또 침하, 지하수 고갈 등의 우려도 있다. 김 지사와 허 시장은 “남강댐 여유수량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객관적인 분석을 연구기관에 의뢰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전문기관 용역은 전혀 다르게 나와 있고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허 시장이 경남지사가 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강댐 물)현재의 수량으로 공급하다 모자라면 취수를 중단하면 되지 않느냐”고 불을 지폈다. 그야말로 말로 먹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수질개선이 4대강 사업 목적 중 하나지 않은가.
강 사업을 못 믿겠다면 정부를 탓할 일이고 수질이 악화될 경우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경남과 부산이 공동으로 대응할 일이다.
창원, 김해시와 함안군 등 200만 명이 부산의 물금취수장보다 수질이 더 나쁜 칠서정수장 물을 먹는다는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같은 낙동강 원수를 사용하지만 상류인 경남이 더 나쁘다. 만약 남강댐에 62만t의 여유수량이 있다 해도 경남도민 공급이 우선이다. 남강댐 물을 달라고 억지를 부릴 일은 더욱 아니다. (부산)이웃돕기에 집안 식구를 팽개치고 (남강댐)곳간을 열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경남도민이 깨어 있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