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맷길 찾기 힘들어
부산 갈맷길 찾기 힘들어
  • 경남매일
  • 승인 2012.01.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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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주변 사람들을 모아 산악회를 결성했다. 매월 한 번씩 정기산행을 하는 것으로 회칙을 정하고 실천해갔다. 지리산 골짝 골짝은 물론 설악, 한라산 등도 다녀왔다. 사색을 즐기며 산길을 걷는 여유로움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산행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이 있을까 싶다.

 설악산처럼 높은 산이 정해지면 나는 나의 힘에 맞춰 절반쯤 오르고 하산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름해 B코스. 60세를 넘었거나 60세에 가까운 십여 명의 산우들이 젊은 회원들의 주산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임의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주도 한라산과 둘레길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한라산은 절반쯤 오르고 둘레길은 젊은산우들과 함께 완주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고보니 아무래도 산행보다는 평탄한 길을 걷는 것이 수월했다.

 연말 산행이 전라도 순창 강천산으로 정해졌지만 내가 추위와 눈을 핑계로 부산 갈맷길을 고집했다. 집행부에서는 사전 답사가 되지 않았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내가 들어 “허남식 부산 시장이 어떤 사람인데” 운운하면서 부산의 갈맷길을 고집해 결정됐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지도한장으로… 그러나 나의 관념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허 시장의 경력만을 유추해 볼때 갈맷길 조성은 아주 상세하고 쉽게 생각했던 게 착오였다. 허 시장은 부산시의 요직을 두루 거쳐 두 번이나 부산시장에 당선된 행정의 달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인물이기에 갈맷길 조성도 그러려니 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일궈냈고 부산을 동북아의 해양문화관광거점도시로 가꾸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표방하고 있는 이때 갈맷길도 수준 높은 관광지로 조성해 놓았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백섬에서 출발한 갈맷길 보행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도보관광 안내표시나 표지판 하나 조차 눈에 보이지 않았고 물어 물어 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안내하는 공무원이나 사회봉사단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구덕포를 거쳐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목적지인 대변 초등학교 앞까지 가는 동안 중간에 아스팔트 길이 가로 막았다. 위로 가야 하는지, 아래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십수분을 소요하고서야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관광객이 득실되는 천혜의 해동용궁사를 구경하고 있는데 선두그룹에서 시간이 늦었으니 택시를 잡아타고 오랑대까지 빨리 오라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도 불편함이 있었다. 택시가 승차 거부를 하는 것 아닌가. 이때부터 부산에 대한 연민의 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갈맷길을 고집했던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동북아의 관광거점도시를 주장했다면 내국인도 중요하겠지만 외국인도 의식해야하는 것 아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실망도 컸다.

 허 시장은 좌우명을 호시우행(虎視牛行)으로 하지 않는가.

 관광과 직원을 빠르게 제주도에 급파해 제주도의 둘레길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뒤늦게라도 우리 하늘산악회가 겪은 불편을 없애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야만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관광거점도시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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