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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ㆍ권력 쥔 의원, 특권 내려놓아라
돈ㆍ권력 쥔 의원, 특권 내려놓아라
  • 박재근
  • 승인 2012.01.0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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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전무이사
 세상을 움직이는 게 돈과 권력뿐인가. 두 가지를 얻기 위한 과정의 몰염치와 부도덕, 뻔뻔함에도 협의(俠義)가 실종된 세상을 새삼 개탄할 뿐이다. 온갖 고통스러운 소식들로 귀를 어지럽히다 새해를 맞았는데 벽두부터 ‘돈 봉투’로 난리 통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돌린 ‘돈 봉투’ 사건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개속이다. 그 중심에 국회의원이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200개에 달하는 특권에도 또 다른 이익을 찾아 나선 결과물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출입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특권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수당을 합쳐 국회의원 한 명당 월평균 1천만 원, 연간 1억 2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차량 유지비 지원과 국유(國有) 철도와 선박, 항공기는 공짜로 이용한다.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이 배정된다. 국회의원 1명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진 7명을 채용하고 인턴직원도 2명 둘 수 있다. 이런 특권에도 온통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그들은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데도 돈과 권력을 양손에 움켜지고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국민이 아니라 권력이며 돈이다. 국민과 유리된, 그들만의 정치인 셈이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문제다. 상대 정파를 근거없이 비방하고 흠집 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국정의 문제점을 질의할 수 있도록 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독일에선 의원의 직무수행 발언이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의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련됐으나 최근에는 비리 의원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방패로도 남용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가 무색한 만큼 해당 조항을 엄격히 해 면책특권 남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쟁을 일삼는 여야 의원들은 희한하게도 제 밥그릇을 키우는 데는 한통속이다. 지난 연말 법사위에서 정치자금법을 개악한 게 대표적이다.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쪼개 기부하는 형태로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편법로비를 양성화하는 이른바 ‘청목회법’을 슬그머니 처리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올해부터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 유지 명목으로 매달 120만 원씩 ‘종신연금’을 주도록 결정한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종신연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지급 대상이다. 일반 국민이 이 정도 연금을 받으려면 30년 동안 매달 30만 원씩 국민연금을 부어야 한다. 여야가 정쟁(政爭)으로 허송세월하다가도 세비나 지원금 인상에는 뜻이 맞으니 국민이 정치권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청년백수가 넘쳐나고 서민의 삶이 팍팍한 마당에 국민을 빙자해 그들이 만든 ‘종신연금’은 당장 폐지돼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을 어긴 지 2003년 이후 연속 9년째다. 특권을 누리면서도 의무를 내팽개쳤다. 의원 누구도 “부끄럽다”며 자책하지 않아 국민은 환멸을 느낀다.

 18대 국회가 다 가기 전에 모든 특권은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오는 4월에 치러지는 총선 때 국민들이 협객이 돼 표로써 정치쇄신에 나설 것이다. 사마천은 불세출의 사서 ‘사기(史記)’에 ‘유협열전(遊俠列傳)’을 기록하면서 협객의 그릇에 대해 이렇게 풀어놓았다. “협객의 말에는 믿음이 있고 행동은 과감하며 한 번 승낙한 일은 반드시 성의를 다해 실천한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남에게 닥친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생사존망을 돌아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뽐내지 않고 그 덕을 자랑하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사마천은 협객을 통해 시대와 이념을 초월한 가치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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