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6:44 (토)
임진년과 동북공정
임진년과 동북공정
  • 송원영
  • 승인 2012.01.01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 원 영김해시 학예연구사
 임진년(壬辰年)이 시작됐다. 60년마다 돌아오는 임진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592년 있었던 임진왜란일 것이다. 다들 `흑룡의 해`라고 해서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는 새해 벽두에 민족의 역사 속에서 가장 커다란 상처를 먼저 되뇌게 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초래된 북한의 급격한 정치 변화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중국의 동북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과제를 뜻하는 동북공정은 언뜻 보면 역사학계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사실 중국이 이 연구를 국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동북공정의 요체는 무엇일까? 중국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조선족을 포함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성립된 국가이며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뤄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이다. 즉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를 고대중국의 지방 민족정권으로 주장하고 있다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대략 현재의 북한 땅이 고대에는 모두 중국의 영토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적, 정치적으로 거의 예속화된 북한은 중국에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밑에는 중국의 한 군사 전문 사이트에 실린 중국군의 북한 파병에 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북한의 주체사상으로 인해 중국의 북한 파병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 후계 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급변이 일어난다면 중국군의 주둔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중국의 동북공정이 민족의 존망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지금 100년 전에도 현재의 상황과 똑같은 일이 일어났었다.

 112년 전인 1910년 조선은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됐다. 이 때 일본이 국제사회에 내세운 학술적 명분이 소위 임나일본부설(여기서 임나는 가야의 별칭)이다. 이 설은 고대 일본이 4세기 중엽부터 6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간 한반도 남부에 일본부라는 통치기구를 둬 식민지로 경영했다는 학설로 일본의 조선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학설이다.

 올해의 시작은 다른 해와 달리 개인의 소망과 행복보다는 좀 더 큰 기원이 필요하겠다. 흑룡의 해에서 임은 검은색을, 진은 용을 뜻한다. 그런데 임은 방향으로 북(北)을 가르친다. 북한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흑룡이 될 것인지, 아니면 겨레의 존망을 가르고 떨어지는 이무기가 될지 갖은 상념에 들게 하는 한 해가 됐다.

 북한이 중국의 영토로 편입된다거나 혹은 이름만 남긴 채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남한만의 독자적 생존이 과연 가능할까?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내세워 남한을, 중국이 동북공정을 근거로 북한을 관할하게 된다면 우리 민족과 나라는 세계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예부터 용은 중국 황제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용보다는 봉황을 상징으로 많이 썼다. 지금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상징은 봉황이다. 그런데 봉황은 용을 잡아먹는 존재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금시조나 도교에서 말하는 남방의 신(神) 주작 또한 봉황의 일종이다. 흑룡이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 제압할 수 있는 것이 봉황이므로 우리나라의 국운이 임진년을 무탈하게 비켜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100년 전 일본이 내세운 임나일본부를 시정하기 위해 가야의 고도 김해시가 매년 가야사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 이를 극복해 온 것처럼 임진년 흑룡의 해를 맞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북한이 오히려 앞장서서 이 땅에 드리워진 중국의 왜곡된 역사관을 부정해 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