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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예술이 만드는 희망찬 새해
사람과 예술이 만드는 희망찬 새해
  • 김은아
  • 승인 2012.01.01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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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은 아경남메세나협의회
 2011년이 저물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저마다 지나간 한해를 되돌아보며 울고 웃었던 많은 날들을 떠올려 볼 것입니다. 속상했던 날은 시원하게 떠나보내고, 즐거웠던 날은 계속 붙잡아두고 싶고, 또 어떤 특별한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마음 속 깊이 묻어두겠지요. 제게도 그러한 특별한 하루가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 유난히도 맑았던 어느 오후였습니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예술동아리의 봉사활동을 취재하러 진주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어느 복지시설에 찾아 갔습니다. 처음에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습니다. 취재의 초점이 회원사 직원들이 바쁜 직장 생활 틈틈이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문화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데 맞춰져 있었기에 그 대상에는 관심이 없었지요.

 그곳에 도착해 카메라를 챙겨서 공연이 열리는 마당에 나가자 그곳에는 어딘가 들떠 보이는 사람들이 한가득 보였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겁이 났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적도 없으면서 일부 뉴스에서 들은 몇 가지 사건만으로 편견에 사로잡혀, 이방인인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이날 시설을 찾은 수십 명의 외부인 중 조금이라도 두려운 표정을 띤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어울려 공연을 즐기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원생 한 명이 제 앞에 오더니 함께 놀자며 수줍게 손짓했습니다. 그의 다정한 손짓에, 긴장해서 카메라만 들고 어색하게 서 있던 제 사진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공연은 사물놀이로 시작해 7080가요, 트로트, 기타와 색소폰 연주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습니다. 오랜만에 공연을 접한 원생들은 흥에 겨워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풍물패가 북과 꽹과리를 치며 마당을 돌기 시작하자 원장 신부님을 필두로 모든 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장단에 맞춰 마당을 따라 돌며 신명나게 놀았습니다. 어느새 밤이 돼 사방이 어두워졌지만 그들의 얼굴에 핀 환한 웃음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빛무리를 이루는 것을 봤습니다. 그날 공연에는 행사를 기획한 인근 회사의 봉사동아리를 비롯해 지역의 예술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예술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이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줬습니다. 베풀기만 했을까요. 원생들이 보여준 순수한 환호가 그 어떤 무대에서보다 기쁨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예술을 매개로 만나 한 데 어우러지던 아름다운 하루를 함께 하며 새로운 사랑을 배웠습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너무 흔한 말. 남들의 말을 통해 들었을 때는 내가 어려운데 뭐 그런 것까지 신경쓰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당장 매주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바를 다해 사람과 예술이 만들어내는 희망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랑으로 우리 가족과 친구들,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풍요로운 이야기로 채워가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모두 사랑의 부자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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