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49 (토)
양심불량이 판치는 사회
양심불량이 판치는 사회
  • 박재근
  • 승인 2011.12.04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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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전무이사
 양심불량이란 말을 복창(復唱) 당한 시절이 있었다. 정권을 찬탈한 군사정권 때 경미한 일에도 복창을 강요당한 것을 두고 그 당시 특권층인 그들의 양심불량을 국민들에게 떠 넘겼다는 우스갯말이 나돌 정도였다. 아무튼 당시 그들이 복창해야 할 “양심불량”이 지금도 판을 치는 바람에 공정사회는 병들고 있다.

 양심불량이 판을 친다면 편법과 반칙이 활개 치는 사회다. 편법ㆍ탈법을 동원한 그들만의 리그는 일반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심어주고 공정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가진 자의 잇속 챙기기는 양극화의 골을 더 패이게 만들고 불신의 그늘을 더욱 드리운다.

 #‘벤츠 여검사 사건’이 화제다. 30대 여검사가 40대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등을 제공받는 등 부적절한 커넥션을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대검 감찰부는 지난 7월 이들이 내연관계를 맺고 검사와 변호사의 신분을 활용해 서로 잇속을 챙겨왔다는 제보를 받고도 질질 끌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도 받고 있다. 당초 검찰에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진정을 냈던 L모 40대 여인이 부산과 창원의 법조계 인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새 의혹도 제기됐다. 그 불똥으로 경남도내는 이런저런 루머까지 겹치고 있다.

 1년 전에는 ‘그랜저 검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양심불량이 공정사회를 좀먹은 일이다.

 #A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래된 계좌가 있는데 일정 기일 내 은행을 방문하지 않으면 예금돼 있는 잔고 전액을 은행이 압류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찾았지만 A은행원의 반응이 가관이다. “공돈이 생겼네요? 새 상품이나 하나 드세요”라는 게 아닌가. 고객의 잔고를 은근슬쩍 하려는 A은행이나 실적에 눈이 먼 창구직원 모두가 양심불량 감이다.

 도내 모 농ㆍ축협은 더욱 가관이다. 정기예탁금금리가 하락했음에도 기준금리를 고정시켜 고객에게 높은 대출이자를 받았다. 기준금리를 부당하게 고정시켜 대출이자를 더 챙겼다는 것은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이 되레 농민들에게 뒤통수를 친 격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처럼 보좌관을 두고 의정 활동을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관련법도 없는데 지방의회들이 앞 다퉈 보좌관 제도를 편법으로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의회도 이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어 도민들의 눈길은 싸늘하다.

 인천시의회가 의정 활동을 돕는 지원인력을 36명의 시의원에게 각각 1명씩 배치하는 등 이름만 바꾼 사실상의 유급 보좌관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서울시의회는 의정조사원이란 이름으로, 부산시의회는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경기도의회는 집행부와 법정다툼까지 벌이며 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관련법도 없는데다 자칫 예산만 낭비한 채 지방의원들의 편의만 위한 제도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정치권은 더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개그맨이 웃자고 한 농담을 죽자며 고소하고 설치다가 망신살이 뻗친 의원까지 나타났으니 국회는 그야말로 ‘한심무인’ 지경이다. 양심불량 사회는 근본적으로 사사로운 이익에 본분을 망각하지만 않으면 존재할 수조차 없다.

 “모로 돌아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결과 중심주의가 만연한 것도 원인이다. 제 잇속만 채우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갈라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본분은 아랑곳없이 출세욕과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편의주의에 젖은 양심불량이 판을 친다.

 지도자는 ‘남보다 천만 배나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 이로움을 누리지 않아야 한다(夫以千萬倍之勤勞, 而已又不享其利)’고 했다. 명나라의 유학자 황종희(黃宗羲)가 강조한 지도자의 희생정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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