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여야의원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을 개정해 사법경찰의 수사 개시 권과 수사 진행 권을 명문화 했고 이는 작은 변화이지만 수사경찰 활동의 현실을 일부 반영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속조치로 법무부령으로 돼있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격상시켰다. 이것은 검사와 사법경찰 관계를 보다 엄정하고 공평한 입장에 서서 정립함으로써 상호존중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며 경찰에게는 수사의 주체로서 그 지위에 걸맞게 일정부분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그런 규정이 만들어 질것이란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의 입법취지와 후속조치의 취지를 제대로 담아내야 할 대통령령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을 총리실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시안은 20여 일의 예고 기간을 두고 문제가 없으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시행이 된다. 그런데 이 안에 따르면 소위 내사(수사 전 범죄혐의 여부 파악 단계)지휘권 이라는 규정을 두어 경찰이 범죄혐의 여부를 가리는 내사단계에서 부터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소법이 규정한 경찰의 수사개시와 진행권이란 정말로 유명무실 한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범죄의 예방과 진압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찰의 고유 몫이고 수사개시는 범죄진압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역시 경찰의 본래 몫이다.
세계 어느 후진국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든 내사지휘권을 둬 가장 선진화된 수사구조를 가져야 할 이 시점에 한국경찰의 수사를 기능성이 전혀 없는 불구의 형태로 만들겠다니 참 어이가 없다. 국민의 뜻과 국회의 권능으로 통과시킨 형사소송법의 개정취지를 완전히 뒤엎고 사법경찰의 자존심과 사기를 깎아내린 이 규정을 과연 국민이 납득하고 경찰이 받아 드릴 수 있을까.
이제 국민 개개인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고 인권이 존중되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