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1:38 (일)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
  • 김옥겸
  • 승인 2011.11.29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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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옥 겸진주경찰서 청문감사관 경감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주인공은 미덕이며 사회 상규로까지 여겨지던 학창시절의 부끄러움이 무감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옛 친구들을 통해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까지도 부끄러움에 무뎌져가는 사실을 반성하면서 우리사회에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곳이 없음을 부끄러워한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인간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가 주창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이란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를 보면 부끄러움을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가 없다.

 일부 교수, 의사 등이 집단 성매매로 충격을 줬는가 하면, 자녀가 담임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했다며 무작정 학교로 찾아가 난동을 부리는 학부모, 어떤 정치인은 국정감사 기간 중에 룸살롱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정치인은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며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특히 공직자와 사회지도자, 기업가처럼 남의 앞에 나서는 사람은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더욱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쳐다보는 보통 사람들이 미워하고 흉보는 것이 당연한 것을….

 그러나 이 나라 일부 공직자와 사회지도자, 기업가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도덕 불감증과 본분을 망각한 과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선 영조때 호조의 말단 관리로 김수팽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어느 날 곳간 물품들을 정리하는데 한 대신이 들어왔다. 대신은 은으로 만든 바둑알을 보더니 자기 딸의 노리개를 만든다며 몇 개 집었다. 이를 본 김수팽은 자기도 한 웅큼 집으며 "대감께는 따님이 한 분 뿐이지만 저는 딸이 다섯이나 된답니다" 했다는 것이다. 무안해진 대신은 집었던 바둑알을 도로 제자리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다른 사람 앞에 서는 사람은 더욱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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